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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조종사 무차별 쇼핑'…국내항공 메이데이

[항공기 조종사 '中 엑소더스' 가속]





지난달 27일 열린 ‘국토부-국적항공사 CEO 항공안전 간담회’에서 항공사 대표들은 입을 모아 “조종사들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내륙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항공사들이 두 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 조종사 쇼핑’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항공사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만 답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인력 이탈을 막기 힘들다”며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음을 답답해했다.

中 내륙 항공 수요 급성장에

동방·남방 등 러브콜 잇달아

“고액유혹에 이탈 못 막아”



중국 항공사들의 한국 조종사 스카웃이 계속되면서 국내 항공 안전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내륙 항공 수요로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명의 조종사를 영입하고 있다. 보잉이 지난해 발표한 ‘조종사 및 항공 기술자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35년까지 중국에는 총 11만1,000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전 세계 신규 조종사 수요의 40%가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난·동방·남방·국제 등 중국 4대 항공사는 물론 중국 내 저비용항공사에서도 한국 조종사에 대한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 연봉은 국내 조종사 평균인 1억5,000만~1억7,0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3억원 정도를 제시한다. 최근 3년간 대한항공에서는 128명, 아시아나항공에서는 58명이 이직하는 등 최근 2년 반 동안 275명이 중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조종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외국인 조종사를 다수 영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5명, 아시아나항공은 23명의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했다. 유럽에서 은퇴하고 재취업한 운항승무원(조종사)도 많다. 유럽의 정년퇴직 연령이 한국보다 빠른 55세 전후다 보니 현역에서 은퇴한 후 몇 년간 국내 항공사에서 현역으로 뛰며 현지에서 연금도 받고 국내 항공사에서 월급도 받는다.

공백 커지자 외국인 영입

공군 조종사 빼가기 사태도

숙련된 경험 적어 안전 非常

조종사 인력이 부족해 ‘공군 조종사 빼가기’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공군들은 의무 복무 기간 15년을 채운 후 처우가 좋은 항공사로 떠난다. 이에 따라 공군 전투력이 약화되고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 들인 120억~150억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항공사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 대형 항공사 부기장을 바로 기장을 달아주겠다며 ‘다이렉트 캡틴’ 제도로 영입해 육성하면 중국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 LCC가 난립하면서 LCC 간에 조종사 뺏어오기 현상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조종사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객기 조종사 자격증은 공군, 항공대, 해외 유학 등으로 비행시간 200시간을 채우면 얻을 수 있다. 유학 비용은 2억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은 부기장을 채용할 때 자격증뿐만 아니라 비행 경험 250~1,000시간과 제트기 경험을 요구한다. 숙련된 경험을 쌓기까지의 어려운 처우로 인해 중국의 러브콜에 쉽게 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조종사 빼가기가 이어지고 숙련 조종사가 줄면 항공 안전에 근본적 위협이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 시장이 커지는 만큼 항공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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