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할 의견서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을 담기로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이 의견서는 올해 9월에 있을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 위원회의 한국 정부보고서 심의에서 중요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전원위원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필두로 핵심쟁점 10항을 담은 유엔 사회권규약 정부보고서 심의 관련 독립 의견서 안을 의결했다고 25일 전했다. 이 의견서에서 차별금지법이 핵심쟁점 10항 중 첫머리에 언급된다는 것은 인권위가 그만큼 인권·사회권 측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권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제출한 한국의 10대 인권과제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사인 ‘퀴어문화축제’에는 국가기관 최초로 부스를 마련해 참여했다.
그러나 일부 인권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도 의견서에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은경 위원(옛 새누리당 추천)은 “의견서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당연히 제정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반대 의견을 전혀 기술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사회권과 관련해서는 동성 간 성행위로 인한 보건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내용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신교 목사인 최이우 위원(박근혜 전 대통령 추천)은 “의견서에 ‘혐오표현 피해’에 대한 언급도 있던데 거꾸로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행위가 일반 시민들에게 혐오를 준다는 것은 조사를 해봤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인권위로서는 인권과 사회권이 더 확대되는 쪽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일부 개신교 단체 외에도 유력 정치인과 사회 다수가 아직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 입장이 아닌 것이 현실이므로 이런 부분을 균형 있게 서술하는 쪽으로 의견서를 수정하자”며 논란을 정리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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