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 시켜온 ‘커피왕’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경영난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1세대들의 수난이 재조명되고 있다. 1990~2000년대 설립된 이들 외식 프랜차이즈 1세대는 한국 외식 산업의 외형을 급속하게 확장시켰지만 무분별한 확장과 차별화 전략의 부재로 서서히 경쟁에서 밀리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200여개 브랜드 가운데 10년 이상 유지된 브랜드 비중이 고작 12.6%에 불과하다.
◇자본 잠식·갑질 논란…코너에 몰린 외식 프랜차이즈 1세대=1988년 맥도날드가 한국에 첫 매장을 내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국내 창업가들이 만든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가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를 만들어 성공시킨 강훈 대표는 이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 붐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나아질 줄 모르는 소비 침체에 1세대 프랜차이즈들은 현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영난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2008년 설립돼 강훈 대표가 한때 몸담기도 했던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창립 9년 만에 자본잠식에 빠졌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36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558억원으로 자본금 432억원을 웃돌았다.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카페베네 창업주인 김선권 대표는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강훈 대표와 함께 할리스를 창업했던 김도균 대표가 2001년 창업한 ‘탐앤탐스’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고,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커피 프랜차이즈뿐만이 아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역시 2015년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 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한국피자헛도 지난해 207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일부 최고경영자들의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서 업계 이미지까지 추락했다.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은 25일 150억원대 비리로 기소됐다. 정 전 회장은 치즈 유통 과정에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넣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탈퇴 가맹점에는 보복을 하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구잡이식 사업확대·미비한 시스템이 문제=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1세대의 몰락이 무리한 사업 확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점주가 임대료와 인테리어비 등을 부담하는 구조여서 가맹 본사가 가진 자본이 적어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맹점 모집이 잘되지 않거나 가맹점 영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역풍 또한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페베네는 창업 5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하며 한때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여겨졌다. 그러나 매장이 많아지면서 가맹점과 가맹점 사이에 매출 경쟁이 일어났다. 2012년과 2013년 베이커리와 이탈리안 식당, 드럭스토어에도 손을 댔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사업을 접으면서 타격은 커졌다.
강훈 대표가 운영하던 망고식스도 브랜드 론칭 이후 커피식스와 쥬스식스 등 서브 브랜드를 연이어 내놓았다. 올해에도 망고식스미니와 디저트 브랜드 디센트 등을 계속해서 론칭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피자 외에도 머핀 브랜드 ‘마노핀’ 등을 운영해온 미스터피자는 올해 치킨 상표권을 출원했고 앞서 2015년에는 화장품 업체를 인수해 화제를 낳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인테리어비나 식자재 유통 등에서 마진을 취하는 구조다 보니 내실 다지기보다는 외형 확장에 목숨을 거는 것이 현실”이라며 “외식 트렌드도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규모만 늘려놨는데 유행이 지나버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맹본부가 일정 기간 직영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업 진입 장벽을 높이고 가맹본부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 ‘롱런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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