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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오늘 결심 공판]'뇌물공여 여부' 핵심, 명확한 증거 없지만…특검, 구형수위 촉각

뇌물공여 유죄땐…

횡령·재산도피 등 가중처벌

최소 징역 5년서 무기도 가능

뇌물공여 무죄땐…

재산도피 혐의 등 무죄에 무게

일부 혐의만 유죄 판결할 수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7일 오후2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형량을 구형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 다섯 가지나 되는 혐의를 적용한 특검은 이날 중형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 추후 선고 공판에서 10년이 넘는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어 유·무죄 전망이 어렵다.

이날 결심 공판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임원 5명이 대상이다. 특검은 의견을 내는 논고와 함께 피고인마다 형량을 제시하는 구형 절차를 진행하며 변호인단의 최종 변론, 피고인 최후 진술 등이 이어진다. 재판부는 변론 재개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시한이 오는 27일이어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판부는 결심 후 구속 시한 전인 8월 말까지 1심 선고 공판을 연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의 핵심 죄목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에 대한 433억원대 뇌물공여 혐의다. 뇌물 액수는 우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위해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 명목으로 지급한 77억여원과 지급하기로 약속한 135억여원이 포함됐다. 여기에 삼성 계열사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준 후원금 16억여원까지 합쳤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 측에 실제 제공한 승마 지원금과 재단 출연금 등 298억여원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준 용역비에는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추가했다. 이 부회장 재판의 관건인 뇌물공여죄의 형법상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하지만 횡령·재산국외도피 혐의는 액수에 따라 형량이 크게 뛰는 가중처벌 적용 대상이다. 특경법 3조는 횡령·배임 이득액이 50억원을 넘으면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고 같은 법 4조는 재산국외도피액이 50억원을 넘기면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특검 “입증 총력” 중형 요청할듯

일각선 “증거 인정 애매” 의견도





특검이 3차례의 공판 준비기일과 52차례의 공판을 통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뇌물공여가 유죄가 되면 다른 횡령·재산도피도 따라가면서 형량이 껑충 뛰는 것이다. 반면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 판결되면 나머지 혐의도 무죄로 판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이 밖에 삼성이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정씨에게 말을 사준 것을 감췄다며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정씨 승마 지원을 보고받지 못했고 최씨 모녀를 모른다고 한 사실에는 국회 위증 혐의를 덧붙였다.

법조계는 특검이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정도로 충분히 증거를 쌓았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그리고 있다. 일단 이 사건은 승마 지원, 재단 출연처럼 금품이 제공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특검과 변호인은 그것이 뇌물인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두고 격렬히 다투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3차례 독대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청탁하고 승마·재단 지원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승계 작업 자체가 특검이 만들어낸 ‘가공의 틀’이며 현안 청탁도 없었다고 반박한다. 승마는 최씨의 개입으로 당초 올림픽 선수단 지원에서 정씨 단독 지원으로 변질됐고 재단·영재센터는 뒤에 최씨가 있다는 걸 모르고 공익적 의도로 돈을 냈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삼성은 이에 더해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 등에 대해 전혀 보고받은 일이 없고 평소에도 그룹 현안의 결정권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전 부회장은 “그룹 후계자가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정씨 승마 지원 문제는 내가 결정하고 이 부회장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도 “한 번도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으며 제 일의 90~95%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업무”라고 말했다.

문제의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현안 청탁과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 등을 대가로 합의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임기 내 경영권 승계’ ‘금융지주 회사-은산분리’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검은 또 대통령 독대 참고용 말씀자료에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이 적힌 것도 증거로 내놓았다. 하지만 63권 수첩 어디에도 정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독대에서 현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재판부도 지난 3일 “독대에서 현안이 실제로 언급됐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을 정도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은 정황 증거들과 관련자들의 진술이 사실 판단의 토대가 되지만 특검과 변호인 측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증거도 애매해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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