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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7] 대출도 환전도 블록체인서...'은행 패싱시대' 5년내 들이닥칠 수도

격화되는 블록체인發 4차 산업혁명

<3> 블록체인이 바꾸는 금융산업 미래

자산거래 플랫폼 속속 등장

은행없이 달러·원자재 거래

대출 외 해외 송금·중개 등

기존 금융기관 수익원 잠식

구글 등이 가상화폐 통용 땐

금융산업 패러다임 일대변화

당국·금융권 인식전환 시급





아파트 등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면 대개는 은행을 거쳐야 한다. 요즘에는 개인 간 거래(P2P) 업체들도 생겨나 담보대출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은행을 통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계약 기능을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A씨가 100이더리움(가상화폐)을 B씨에게 빌려주고 5년 후까지 갚지 않으면 블록체인에 등록된 B씨의 주택 소유권을 A씨에게 넘긴다’는 계약을 걸어 상호 합의하면 거래가 진행된다. 돈을 빌려준 기록과 갚은 기록, B씨의 부동산등기는 블록체인에 남아 임의로 변경하거나 속일 수 없다. 이후 예정된 기간 내에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소유권 이전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금리도 은행이 정하는 게 아니라 A씨와 B씨가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 이른바 은행 없이도 담보대출이 가능한 ‘은행 패싱’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발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일면서 이 같은 변화가 5년 안에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등록하고 거래하는 형태는 3~5년 뒤쯤 현실화할 것”이라며 “3~5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블록체인상에서 자산을 거래한다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산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에 있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거래 플랫폼 기업 리케의 경우 현재 몇 가지 가상화폐와 미국 달러, 스위스 프랑, 원자재 등을 거래할 수 있다. 리처드 올센 대표는 “3개월 뒤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의 종류는 250개로 증가한다”며 “결국에는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환전시장 역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 기업 텐엑스는 비자·마스터카드와 협력해 일반 신용카드 네트워크에서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텐엑스 체크카드를 소지한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1만원어치를 결제하면 시세에 맞춰 1만원어치의 보유 가상화폐가 차감된다. 다만 편의점은 가상화폐가 아닌 법정화폐 1만원을 카드사에서 입금 받는다. 결제 처리 과정에서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거래가 빠르게 일어나므로 상점 주인은 상대방이 가상화폐 카드를 사용했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특히 이는 당국이 가상화폐 결제를 허용하는지와 상관없이 기존 카드 결제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금융소비자들은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은행 창구에서 수수료를 내고 환전을 했다가 귀국 후 다시 남은 돈을 환전하는 방식을 선택할지, 이 같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체크카드를 충전해 들고 나갈지 고를 수 있다.

금융기관들이 해야 할 고민은 이 같은 금융거래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다. 담보대출, 환전, 해외 송금·중개 및 결제수수료 등 주요 금융기관의 업무가 상당 부분 코인경제 시스템에 흡수되거나 강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국내 금융시장이 클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우산 아래 있기 때문”이라며 “블록체인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금융기관의 현재 수익원 상당수가 없어질 수 있으므로 은행들은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참여로 무한경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를 구글 등 ICT 업체가 통용한다면 소비자들이 기존 금융기관에서 결제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며 “만약 구글 같은 곳이 나선다면 (금융시장이) 확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금융권과 당국이 재빠르게 인식을 전환할 것부터 주문했다. 정 교수는 “(블록체인 시대의 금융혁신은) 가야 할 길이 아니라 갈 길”이라며 “퍼스트 무브(first move)에서 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있는 업체는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금융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관련 인재 양성과 규제 혁파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블록체인이 금융 등 산업 전반을 어떻게 바꿀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스위스 크립토밸리의 관료나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블록체인이 기존 산업의 틀을 깨고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전도사로 통하는 오 교수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활성화될수록 통화제도와 금융제도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으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이미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금융기관이라는 중개기관을 통해 금융 서비스가 구현됐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를 활용하면 전 세계가 은행 없이도 예금이나 대출, 자산거래, 환전 등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올센 대표는 “블록체인은 모든 자산을 코인(가상화폐)으로 디지털화하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자산뿐만 아니라 모든 권리, 계약을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중앙발행기관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화폐를 운용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다. 그만큼 보안성이 높고 위변조가 어렵다. 이를 활용해 부동산등기 등 자산이나 권리관계를 블록체인에 등록하면 위변조 걱정 없이 거래할 수 있다.

/김흥록·김기혁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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