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스를 배경으로 한 한 편의 스릴러물 같았다. 세계 1위 더스틴 존슨(33)과 전 1위(현재 3위) 조던 스피스(24·이상 미국)가 주연으로 활약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노던트러스트 얘기다. 특히 연장전을 포함한 마지막 3개 홀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웨스트버리의 글렌오크스 클럽(파70·7,344야드)에서 펼쳐진 대회 4라운드.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스피스가 3번(파5)과 5번홀(파4) 버디를 잡아 존슨과의 격차를 5타까지 벌리며 일찌감치 우승을 ‘찜’하는 듯했다. 하지만 6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로 2타를 잃은 게 반전의 서막이 됐다. 스피스가 9번홀(파4)에서 1타를 또 잃은 반면 존슨은 9번과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단숨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하이라이트는 13언더파로 동타이던 17번홀(파3)에서 시작됐다. 둘은 나란히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다. 존슨은 홀 1m 남짓한 곳에 잘 붙였으나 스피스의 볼은 홀에서 5.7m나 떨어졌다. 위기의 스피스가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하자 이어진 18번홀(파4)에서는 존슨이 흔들렸다. 티샷을 러
프로 보낸 존슨은 3타 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까지는 5.3m가 남았다. 우승컵을 그대로 내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존슨이 친 볼은 내리막을 타고 굴러가 홀을 살짝 돈 뒤 시야에서 사라졌다.
결정적 위기를 한 번씩 넘긴 둘은 다시 18번홀에 올라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왼쪽의 커다란 워터해저드를 끼고 휘어진 형태의 이 홀에서 스피스가 티샷을 해저드 오른쪽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보낸 반면 존슨은 ‘강공’을 선택했다. 341야드를 찍은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은 해저드를 가로질렀고 홀까지는 스피스의 절반 정도인 95야드밖에 남지 않았다. 60도 웨지 샷을 홀 1m 남짓한 지점에 붙인 존슨은 스피스의 중거리 퍼트가 빗나가자 가볍게 버디를 잡아 대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직전 드라이버 샷 실수가 있었음에도 승부수를 띄운 존슨의 과감함과 장타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나란히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두 선수의 정규라운드 스코어는 존슨이 4언더파, 스피스는 1언더파였다.
시즌 4승으로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동률을 이룬 존슨은 페덱스컵 포인트 4위에서 1위로 올라서며 생애 첫 페덱스컵 우승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투어 통산 16승째이자 플레이오프 첫 우승. 157만5,000달러(17억8,000만원)를 보탠 그는 시즌 상금 랭킹에서도 1위(839만달러)가 됐다.
스피스는 페덱스컵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공동 34위(2오버파)에 오른 김민휘(25)는 페덱스컵 82위, 공동 43위로 마친 김시우(22)는 41위에 랭크돼 강성훈(30)과 함께 상위 100명이 출전하는 플레이오프 2차전 델테크놀러지스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안병훈(102위)과 노승열(110위)은 시즌이 마무리됐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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