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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현지서 본 닛산] 36년 무분규의 힘…"AVG 등 도입해 생산성 날개 달았다"

닛산, 강성 노조 득세로 르노에 인수 치욕 겪어

세계 첫 전기차 만들고 글로벌車시장 1위로 부활

현대·기아차도 "닛산의 노사화합" 반면교사 삼아야

“제가 1982년에 입사했는데 이후 단 한 번도 파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카하시 도루 일본 닛산 옷파마 공장장(이사)은 지난 7일 가장 최근의 파업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파업을 왜 하느냐’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답했다. 그는 “중요한 사항은 노사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에 파업하지 않는다”며 “많은 협의 과정이 회사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옷파마 공장 벽에는 라인별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얼굴 사진이나 단체 활동,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자는 취지의 ‘카이젠(kaizen·개선)’ 정신을 담은 문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노사의 화합을 기원하는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의 응원 메시지도 걸려 있었다. ‘노사 화합이 옷파마의 경쟁력’이라는 메시지였다.





◇“회사의 위기가 곧 근로자의 위기”=1933년 창업된 일본 닛산(日産)은 이름 그대로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였다. 일본 최초 양산차를 만들었고 1947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만들기도 했다. 본사가 도쿄 인근에 있어 도쿄대 출신의 일류대 엔지니어들의 집합소로도 불렸다. 변방인 나고야를 근거지로 하는 도요타보다 1960~1970년까지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했던 이유다.

하지만 닛산의 고질병은 노조였다. 계열사까지 포함해 23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일본 노동운동의 본산이었다. 1953년 일본 노동운동의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파괴력을 발휘했던 ‘닛산 대쟁의(100일 투쟁)’를 비롯해 1980년대 영국 공장 건설을 둘러싼 분규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이 같은 노조의 파행적 투쟁에 회사는 내리막길을 걷다 결국 1999년 르노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이후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카를로스 곤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을 세워 2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삭감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근로자들은 미증유의 위기에 크게 변화했다. 회사 없이는 노조도 없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며 노사 대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노사 화합이 생산성과 신기술 개발로 이어져=닛산 옷파마 공장은 닛산의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1961년 문을 열어 닛산 공장 중 가장 오래됐다. 170만㎡(51만여평) 규모로 닛산의 순수 전기차 ‘리프’ 등 4종을 생산한다. 닛산은 일본 지역 공장을 크게 3개 카테고리로 나눠 운영 중이다. 이 중 옷파마 공장은 ‘제조 부문 리더’로 불린다. 전 세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동맹)’ 공장에 적용되는 각종 신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10년 닛산의 글로벌 최초 전기차 리프가 양산된 곳 역시 이곳이다. 또 반자율주행 등 닛산이 자랑하는 최신 기술이 모두 반영된 2세대 리프도 옷파마 공장에서 조립된다.



옷파마 공장의 핵심은 단연 생산성이다. 시간당 차량 생산(UPH)이 60대다. 현대차의 웬만한 공장의 UPH가 30대 전후인 점을 보면 2배가량 효율이 높다. 생산성을 끌어올린 비결은 노조의 협조와 작업장 내 무인운반차(AGV·Auto Guided Vehicle)다. 2005년 AGV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모든 부품이 생산라인 옆에 수납돼 있어 작업자가 부품을 가지러 이동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모됐다. 하지만 AGV가 도입된 후 생산라인 내 작업 단계마다 자동으로 부품을 이동·제공한다. 옷파마 공장에는 500여대의 AGV가 운용되고 있다. 글로벌 르노닛산 공장 중 가장 많다.

AGV 도입 후 늘어나는 생산량 때문에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주문이 밀려드는 리프 및 소형차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근로자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국닛산의 한 관계자는 “노조 협조 없이는 AGV를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노조가 변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실험”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일본 닛산 옷파마 공장의 사례는 위기에 봉착한 현대차와 기아차에 노조의 협조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신차 생산량까지 노사 협의로 결정되는 현 상황에서는 경쟁력 있는 생산 시스템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닛산이 위기에 봉착했던 1990년대 말과 달리 미래차 경쟁이 한창인 현재는 위기가 오면 회복하기 힘들다”며 “노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쿄=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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