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맞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보복 해제 기대가 사라지면서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중국 탈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ㅍ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현실을 이렇게 말하며 “이마트·롯데마트에 이어 다른 기업들의 중국 공장 매각 등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마트에 이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등 식음료 계열사도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사업 정리에 나섰다. 서울경제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현재 네 곳의 중국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롯데아이스산둥(Lotte Ice Shandong)’ 법인을 최근 중국 회사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홈쇼핑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충칭 사업 운영권을 현지 기업에 넘긴 데 이어 윈난·산둥도 올 11월과 내년 2월 아예 현지 업체에 지분 전량을 넘기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중국에 남아 있는 롯데홈쇼핑 직원은 한 명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마트 이외 사업장 매각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계열사의 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롯데가 결국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중국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중국에는 유통계열사 등을 포함해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이들 사업에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투자한 자금만 최소 8조원이 넘는다.
롯데그룹 외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CJ오쇼핑이 최근 연내 중국 광저우 기반의 남방CJ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데 이어 상하이 기반의 중국 사업의 핵심인 동방CJ 철수 카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마트도 연말까지 중국 매장을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뷰티와 식음료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리온 등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식품 업체들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이들 한국산 식품의 판로 역할을 했던 롯데마트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위기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조업의 타격도 심각하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지금과 같은 기류가 계속된다면 올해 12조원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경환·박준호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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