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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은 시진핑·아베 나서는데...정부 팔짱에 민간업체만 몸달아

[원전·고속철 글로벌 40조 수주 날리나]

17조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

대규모 지원해도 수주 힘든데

국토부 등 국정과제에만 집중

정책금융 지원에는 '나몰라라'

中·日 1% 안팎 초저금리 지원

우린 3~4%금리로 싸워야할판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국가 지도자들이 나서서 국가대항전을 벌이고 있는데 일개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수주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사업단에 포함된 업계 관계자의 토로다. 총 사업 규모 17조원(150억달러)의 말·싱 고속철 사업제안요청서 공고일은 올 12월 말로 예정돼 앞으로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말·싱 고속철사업은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가 논의를 할 때부터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졌던 초대형 철도 인프라 산업이다. 아직 해외 고속철 수주실적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수주할 경우 철도 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첫걸음을 뗄 수도 있다. 그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는 얘기다.

사업단은 올 12월에 나올 사업제안요청서 공고를 예상해 사업제안서의 95% 수준까지 준비한 상황. 하지만 남은 5% 탓에 사업은 오리무중이다. 가장 중요한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빠진 탓이다. 사업 참여업체들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책금융 지원을 꼽고 있다.

이러한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외상거래’로 사업이 추진된다. 사업을 수주한 국가의 금융기관에서 사업 컨소시엄에 자금을 지원한 뒤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그 이후에 사업을 발주한 국가에서 할부금을 갚아주는 식이다.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국가 지도자가 나서 1% 안팎의 초저금리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부의 전격적인 결정이 없다면 3~4%대의 금리로 이들과 싸워야 한다.

사업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일반 산업금융에서 자금을 가져오면 잘해야 3~4% 수준”이라며 “아무리 기술력이 우수하고 우리 기술을 전수하는 조건을 내걸어도 이미 게임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가 지도자들의 관심도 부족하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고속철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2015년부터 28개국에 수주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지난해 10월 745억위안(약 12조6,400억원) 규모의 동부 해안철도 건설사업에 서명하고 550억위안(약 9조3,300억원)의 융자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애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상대로 신칸센 고속철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면 한국의 고위지도자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3월 정치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총리를 만나 한국 고속철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한 게 가장 최근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각 부처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민간 업체들만 몸이 달아 움직이고 있다. 중국처럼 발주국가의 다른 산업 지원 방안까지 패키지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들이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사업단에 참여한 업체들도 점차 빠져나가고 있다. 사업 추진 초기에는 50여개 업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지금 남은 업체들은 10개에 불과하다.

기술적으로도 정부가 풀어줘야 할 이슈가 많다. 2층 고속열차의 국내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말·싱 고속철사업에 도입될 2층 고속열차는 기술개발이 완료됐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어 시험운행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상용화 실적이 있어야 수주가 가능한데 국내에서부터 막히고 있는 셈이다.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도 수주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국토부는 이달 말 컨소시엄 참여기업을 재조정하는 안을 확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서야 금융 당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신호체계 분야 등에 설계·시공·제작 경험이 있는 업체들을 원하는데 우리 업체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프랑스·이탈리아 업체들이 새롭게 컨소시엄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며 “컨소시엄에서 사업비의 최소 15% 이상을 직접 투자해야 하는 조건이 성립되면 금융 당국과 협의해 정부의 지원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한 공공기관들 역시 정부만 처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쟁국처럼 전격적인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한데 1%대 금리까지 낮추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도 저금리 정책금융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 사업의 타당성을 위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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