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 KPMG 회계법인이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국내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감사위원회 제도 및 역할 모색’ 세미나에서 김일섭 전 포스코 감사위원장은 “감사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이사회가 경영진의 감사위 협조 의무를 명시하고, 재무전문가를 감사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국내 기업 감사위원의 70% 이상이 공직자나 교수고 회계전문가는 8%에 그친다.
그는 또 감사부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진이 아닌 감사위원회 소속으로 하고 경영진과 소통, 현장 감사를 늘리며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그룹은 2015년 자회사인 포스코 건설이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모기업에 보고되지 않는 등 문제가 드러난 후 내부 감사조직의 역할을 강화했다.
그는 “오너와 경영진이 기업 공개 이후에도 ‘기업은 내 것이고 사외이사(감사포함)는 객’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과연 우리나라에 경영진과 독립적이고 재무제표를 다루는 전문성이 있으며 충실하게 감사하는 감사위원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회계학계에서는 기업의 감사는 기업 내 감사위원회를 주축으로 내부 감사조직과 회계법인 등 외부 감사 조직이 역할 하도록 주문하지만, 국내 기업 풍토에서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이 ‘갑’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감사조직은 ‘을’에 불과 하다.
김유경 삼정 KPMG 상무이사는 정부가 수주산업에만 적용했던 핵심감사제도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하기로 확정했지만, 국내법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만 내부 감사 실무조직 설치 의무화를 규정했기 때문에 일반 기업은 감사조직이 없거나(20%) 경영진 직속(93%)이어서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은 기업 경영진을 빼고 기업의 내외부 감사조직끼리만 논의하도록 권고했지만 실제 이를 규정에 넣은 기업은 KB금융지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날 연사로 참석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분명하다”면서 “감사위원회, 회계법인 같은 감사 기구를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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