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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문명 발전과 궤 같이한 음식의 변천

■정기문 지음, 책과함께 펴냄





“당신 먹는 것을 나에게 이야기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리라.” 이는 독일 속담으로 음식의 의미를 정확하게 꿰뚫는다. 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음식 7가지 속에 담긴 당대 사회의 변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육식, 빵, 포도주, 치즈, 홍차, 커피, 초콜릿 순으로 음식이 소개되는데 이는 문명의 발전과 그 흐름을 같이 한다. 앞쪽의 메인 요리는 생존을 위해 먹던 시대이며, 뒤쪽은 디저트로 살기 위해 먹던 시대를 지나 음식이 즐거움을 추구하던 시대의 음식인 것.

먼저 육식은 인간 진화의 원동력이 됐다. 호모 에렉투스(선 사람)은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고기를 익혀 먹었는데 이런 조리법은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두 시간이면 생존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고, 이런 신체의 변화 결과로 뇌용량이 커졌다. 또 이후 육식 소비의 증가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났는데, 중세 후기 평균 수명이 약 30세였으나, 근대 초에는 33세로 늘었다. 또 15세기 이전까지는 남성의 평균 수명이 여성의 평균 수명보다 길었으나 여성의 단백질 즉 육식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이것이 역전됐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또 중세인들의 음식에 대한 인식도 눈길을 끈다. 일상에서도 하늘, 즉 천상을 지향했던 그들은 하늘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동식물의 가치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땅에 가까이 있는 식물인 순무, 양파 등은 ‘천한 것’으로 규정해 농민들은 ‘순무를 먹는 사람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홍차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1850년대 영국 노동자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와 설탕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아침 식사도 죽과 설탕을 듬뿍 넣은 홍차였다. 당시 영국의 노동자들은 아침부터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는 계급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홍차와 설탕을 그토록 즐긴 이유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그리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 높은 음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차의 카페인은 각성효과까지 있어 공장주들은 이런 효과를 간파하고 노동자들에게 ‘티타임’을 허용했다. 또 17~18세기 유럽에서는 커피를 ‘이성의 음료’라 불렀다. 특히 영국 혁명기에 커피하우스는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모임과 토론이 이뤄지기 적합한 장소로 신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 수 있는 ‘혁명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커피 없이는 혁명도 없었다’라는 말이 비약으로 들리는 않는 이유다. 1만4,8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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