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서비스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놓고 국내 이동통신 라이벌인 SK텔레콤(017670)과 KT가 초반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두 업체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행기술은 물론이고 각종 5G 인프라, 콘텐츠 등을 선점해 향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2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KT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버스 임시 운행 허가를 국내 최초로 이날 획득했다. KT의 자율주행 버스는 이달 안에 일반 도로에서 시험 주행에 나선다. 버스는 승용차와 달리 차체가 길고 무거워 차량 제어 난도가 높다는 점에서 벤츠·스카니아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자율주행버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KT의 자율주행 버스는 단독 주행뿐 아니라 여러 대의 차량이 무리 지어 주행하는 플래투닝(Platooning) 등이 가능하고 물체인식센서인 라이다(LiDAR) 외에 KT 무선망을 활용한 정밀 위치 측정 시스템도 탑재했다. KT 관계자는 “2015년부터 서울대와 언맨드솔루션 등과 협력해 자율주행 승용차를 개발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5G 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이날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 내 주요 실험구간에 5G 인프라를 올해 내 공동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구축하기로 한 인프라는 5G 시험망 외에 실험차량과 0.001초 안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5G통신 관제센터 및 초정밀지도(HD맵) 등이다. 케이시티는 교통안전공단 및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경기도 화성시에 조성하는 36만3,000㎡(약 11만평) 규모의 자율주행 실험도시로 내년 하반기에 완공된다. SK텔레콤은 전날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경부고속도로 약 26㎞ 구간에서 33분가량 시험 주행에도 성공했다.
이통사들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확보로 향후 통신이나 자체 콘텐츠와 결합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엔비디아나 BMW 등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기술 확보로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를 실생활에서 만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차세대 5G 통신기술과 각종 콘텐츠 등은 통신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이제 발을 떼기 시작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누가 초기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통신업계의 판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조4,000억원가량에서 2034년에는 325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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