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집 사는’ 흐름이 계속되면서 올해 2분기(4~6월) 가계의 여윳돈이 전 분기에 이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3분기 만에 여유자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순자금조달 규모도 5년 만에 최대치였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2·4분기 자금순환’ 잠정치에 따르면 4~6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0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조6,000억원 줄었다. 1·4분기 5조1,0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이란 예금과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으로, 보통 경제 주체의 여유 자금을 뜻한다.
박동준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순자금운용이 줄어든 것은 신규 주택 구입이나 기존 주택 매매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호황이 이어진 가운데 가계가 빚을 내서 집을 사느라 여윳돈이 줄었다는 뜻이다. 이 기간 가계의 조달자금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중심으로 늘어 총 3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에 비해 13조3,000억원 늘었다.
한편 국내 기업(비금융법인기업)들의 여유자금은 마이너스 1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늘면서 2016년 2·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순자금조달로 전환했다. 순자금조달 규모도 2012년 2·4분기(26조4천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수출이 좋아지면서 설비투자도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기업은 가계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한 돈을 생산과 투자에 쓰는 주체로서 여유자금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는 이례적으로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투자를 꺼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를 보면 은행 등에서 빌린(간접금융) 돈은 소폭 줄어든 반면 채권, 지분증권 등 시장에서 기업이 직접 조달한(직접금융) 자금은 크게 늘었다. 기업이 직접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4분기 마이너스 3조5,000억원에서 2·4분기 16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순자금운용 규모가 14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6조6,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통상 1·4분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기 때문에 2·4분기는 비교적 재정집행 규모가 축소되는 패턴을 보인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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