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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다시 볼만한 영화 ‘히든 피겨스’ 리뷰]나사 역사의 숨은 주인공들 ‘흑인’ 그리고 ‘여성’





노예제 폐지로 흑인 남성이 투표권을 얻은 1870년보다 50년 늦은 1920년에야 미국 여성에게 투표권이 생겼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흑인 여성이 겪어야 했던 차별은 짐작 가능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히든 피겨스’는 유색인종 차별이 엄격했던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우주선을 띄우는 데 주요 임무를 수행했던 흑인 여성들의 활약상을 경쾌한 템포로 그려내며 이들을 역사의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전쟁을 벌이던 1961년 프렌드십 7호를 성공 시켰고, 이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숨겨진 인물들(Hidden Figures)’의 업적은 우주선 발사 지점 등 모든 수치(Figures)에 오롯이 남아있다.



영화는 세 흑인 여성의 출근길로 시작한다. 수학천재 캐서린(타라지 P. 헨슨), 엔지니어 재능이 있지만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엔지니어가 될 수 없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 그리고 전산실의 주임의 역할을 하지만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주임이 될 수 없는 도로시(옥타비아 스펜서)는 카풀을 하는 동료로, 자동차 엔진 고장으로 길에 멈춰 서 있다. 그 길을 지나던 백인 경찰은 이들을 의혹의 눈으로 쳐다보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이들은 나사 사원증을 내민다. “파격적인 채용”이라며 경찰관은 이들을 나사까지 에스코트하겠다는 친절까지 베푼다. 흑인 여성들이 ‘유색인 전용석’이 있는 버스를 타지 않고 직접 운전을 해 나사로 출근하는 중 고장 난 자동차 엔진을 고치고 있는 이 장면 하나에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낼 것’이라는 이들의 삶의 방향과 가치가 그대로 담겨있다.





뛰어난 능력에도 ‘유색인 전용’ 서관에서 전산원으로 일하던 이들은 어느 날 능력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특히 캐서린은 우주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뜨지만, 그에게는 잡무만이 맡겨지며, 근무 시간 중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타박하는 상사의 꾸지람 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를 오래 비울 수밖에 없던 이유가 사무실에서 800미터나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사는 알지 못한 것. 당시 흑인은 화장실뿐만 아니라 버스 등 모든 시설에서 ‘유색인 전용’을 이용해야만 했다. 캐서린을 나사의 인재로 인정한 상사는 사무실 커피포트에 붙은 ‘유색인 전용’이라는 라벨을 떼고, “나사에는 유색인 전용은 없다”며 화장실 표지판을 부숴 버리며 ‘차별 철폐’의 통쾌한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는 프렌드십 7호의 발사 지점과 궤적 등을 계산하는 막중한 임무가 맡겨지고 완벽하게 수행해 낸다. 그러나 능력 인정이 완벽한 차별철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주인공들도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점진적인 변화는 개혁의 시작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도 안다. 그래서 ‘히든 피겨스’는 위대한 ‘흑인 여성’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역사에서 숨겨졌지만 위대했던 인물들을 위한 ‘헌사’인 것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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