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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힌 신산업, 실태 어떻길래] 혁신기술 내놓고도...한국인은 사용 못하는 갤S8 헬스케어 서비스

헬스케어산업, DB 갖추고도 개인정보 보호에 발목

정보공유 필요한 핀테크도 개별협약에 그쳐 제자리

2·3중으로 쌓인 규제 개혁 없인 혁신성장 '사상누각'





올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는 영상으로 의사와 상담을 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탑재돼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미국 고객만 사용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원격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세계 최악의 데이터 규제가 원격의료와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기술이 아니라 제도를 바꿔야 하며 핵심은 규제개혁”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을 융합해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대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신세다. 헬스케어를 포함해 정부가 지정한 5대 신산업 곳곳에 규제의 덫이 촘촘히 박혀 있어 ‘혁신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 무인이동체, ICT 융합, 바이오헬스, 핀테크, 신재생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주요 신산업마저 겹겹이 쌓인 규제로 성장 정체의 늪에 빠져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뿐 아니라 원격의료와 차량공유 서비스 등 이해당사자들의 기득권 다툼을 정부가 제대로 조정하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는 신산업 분야도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감한 규제개혁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사상누각’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금융 산업인 핀테크는 규제에 막혀 빠르게 크지 못하는 대표 분야다. 금융정보에 대한 데이터 접근성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정부 주도 아래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계좌정보 등을 핀테크 업체와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추진 중인 데 반해 국내에서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업체 간 개별협약을 통해서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뿐이다.

개인간(P2P) 금융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지난 3월 시행을 시작한 P2P 금융 가이드라인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황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경우 연간 업체당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거나 P2P 업체가 자기자본으로 먼저 대출해주고 투자자를 모집해 원리금 수취권을 판매하는 선대출·후모집을 할 수 없다. 7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대출을 허용하고 개인투자자에 대한 투자 한도를 풀어주는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스마트 무인이동체 분야에서도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한 지 오래지만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드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드론 택배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현행 항공법상 인구밀집지역과 가시권 밖 비행(약 1㎞ 이상) 및 고고도 비행(150m 이상) 등이 제한돼 있어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신성장 육성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업계의 반발에 밀려 뒷짐만 지고 있는 사례도 다반사다. 대표적인 분야가 혁신적인 의료서비스로 꼽히는 원격진료다. 의사가 환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원격진료는 수십년째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만성질환자와 의료복지 강화를 위해 동네 병원에서라도 우선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오진 가능성과 병원 수익성 악화를 내세워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도 마찬가지. 전 세계 77개국 600여개 도시에서 모바일 콜택시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우버는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일반 승용차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공유경제의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국내에서는 택시 업계의 거센 반발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등의 장벽에 가로막히자 철수했다. 우버조차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내 업체들은 제한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이 만약 한국 기업이었다면 불가능한 사업이나 투자가 모두 17개에 달할 정도로 한국의 규제는 시대의 흐름을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의 현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뛰어야 할 국내 기업의 손발을 묶지 않으려면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성행경·이지성·조권형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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