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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in Korea, M&A에 달렸다] 눈앞 과실 대신 미래 위한 승부수...M&A전쟁 진두지휘하는 오너들

<2>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SK

그룹 운영권 틀어쥔 최태원 회장

전방위 M&A로 자산가치 5배↑

LG

英서 2차전지 접한 구본무 회장

자동차 배터리사업 성장 이끌어





SK그룹의 현재 자산가치는 총 170조원(올 9월 말 기준). 지난 1998년 최태원 회장 취임 당시 자산 규모(34조원)와 비교하면 5배 커졌다. 최 회장이 그룹 운영의 전권을 틀어쥐고 인수합병(M&A)에 나선 게 결정적이었다. M&A 대상 기업 목록만 봐도 화려하다. 그룹 캐시카우로 성장한 하이닉스(2012년),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OCI머티리얼즈(2016년),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기업 LG실트론(2017년)까지 전방위적이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인 도시바 메모리를 기어이 움켜잡은 점이다. 최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진두지휘하지 않았다면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중국, 메모리 원천기술을 지키기 위해 정부까지 나선 일본, 경쟁자를 떨치려 도시바와 소송까지 불사한 웨스턴디지털(WD)의 틈바구니를 뚫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너’의 몫이다. 당장 과실을 따는 작업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투자의 결정판이라 할 M&A 전쟁에서 주인공은 오너다. 전자 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중장기 프로젝트, M&A 경쟁일수록 협상 상대방은 길어야 4~5년 뒤 갈리는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를 찾는다”며 “그래서 난제는 대개 오너가 해결한다”고 말했다. 다른 임원도 “(협상 파트너 입장에서 보면) 책임 경영은 결국 오너에게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와 관련해 오너의 힘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90년대 말 당시 삼성전자의 김광호 사장은 반도체 라인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데 김 사장은 망설였다. 투자에 2,000억원이나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선 이가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주저하던 김 사장에게 “재고가 나면 내 돈으로 메울 테니 걱정 말고 깔라”고 지시했고 이런 투자가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자동차 전장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LG그룹도 사업의 기원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구본무 회장과 만나게 된다. 1990년대 초 당시 부회장 신분이던 구 회장은 영국 원자력연구소에 들렀다 충전을 통해 반복해서 쓸 수 있는 2차전지를 처음 접했다. 구 회장은 이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LG화학에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하도록 했다. LG화학은 이제 자동차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메이저로 컸다. LG전자가 최근 1조원대 규모의 차량용 조명 업체 ZKW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오너의 식견이 없었으면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오너가 M&A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데는 화려한 네트워킹도 한몫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미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의 로웰 매캐덤 회장 등과 막역한 사이다. 참석자가 극도로 제한됐던 2011년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추도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던 그다. 세계 비즈니스를 주무르는 거물들과 교류하면서 정보와 통찰력을 얻고 이런 것이 M&A 매물 선별작업에서부터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삼성의 타격은 상상 이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지금 잘 나가는) 반도체는 선대회장이 뿌린 씨앗을 지금 와서 누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잔치가 끝나면 그룹 성장동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재계의 한 인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오너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데 정치적 격변기와 맞물려 홍역을 겪는 기업인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며 “오너가 중심을 잡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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