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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한국 화학산업 주도…이수영 OCI 회장 별세

신뢰 중시하며 혁신 매진한 '개성상인의 후예'

글로벌 기업과 합작·M&A 이끌고

태양광 사업 등 신성장동력 발굴

노사화합 최선…무분규기업 결실





이수영(사진) OCI 회장이 지난 2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이 회장은 개성의 한 상점에서 무급점원으로 출발해 국내 최대 무역상에 오르며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린 이회림 창업주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경기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수학한 뒤 1969년 그룹 계열사인 청구목재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기업인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그룹 모체인 동양화학 전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회장은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후 50년 가까이 한국의 화학산업을 이끌어왔다.

‘개성상인의 후예’답게 이 회장은 신뢰를 중시하며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경영인으로 기억된다. 이 회장은 유학 시절 구축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통해 세계 여러 기업과의 사업 협력은 물론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1970년대부터 한불화학, 한국카리화학(현 유니드), 오덱, 동우반도체약품 등을 프랑스·미국·일본 화학업체와 합작해 만들었으며 1995년에는 천연소다회 생산회사인 롱프랑와이오밍 지분 51%를 매입, 경영권을 인수해 1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회장의 변화와 도전정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순간은 2006년 동양화학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이다. 현재 OCI의 주력 사업인 폴리실리콘 사업은 2006년 고인의 결정으로 시작됐다. 사실 이 회장은 1990년대 초부터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염두에 뒀으며 1990년대 중반 양산 기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접어야만 했고 결국 10여년이 지난 후에야 진행할 수 있었다. OCI는 2008년부터 상업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했고 글로벌 3위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재는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공급과잉을 겪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태양광 사업은 유력한 대체에너지원으로 인정받으며 급성장세다.

특히 OCI그룹은 노사분규가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사람이 곧 기업’이라는 창업주의 유훈을 이어받아 노사화합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가끔 현장에 내려가 공장 근로자와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이곤 했다.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하던 때는 신입사원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근로자들에게 ‘저자세’였던 것은 아니었다. 할 말은 하는 경영자였다. 2009년 경총이 주최한 노조전임자 관련 토론회에서 이 회장은 “노조의 일방통보식 전임자 요구는 노사관계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일하지 않는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줄 여력은 없다”고 주장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경총 회장직을 맡았던 이 회장은 당시 재계 안팎에서 ‘기업의 대변인’으로 인정받았다.



이 회장은 2009년 OCI로 사명을 바꾸면서 또 다른 변화와 도전을 예고했다. 이후 ‘도전과 변화, 신뢰’라는 경영철학을 통해 OCI그룹을 재계 24위까지 올려놨다. 현재 OCI는 기존의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까지 섭렵하는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김경자 여사와 장남 이우현(OCI 사장), 차남 이우정(넥솔론 관리인), 장녀 이지현(OCI미술관 부관장)씨가 있으며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동생이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오는 25일 오전8시 영결식 후 경기도 동두천 소재 예래원 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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