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시 3,000억~4,0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건설 중단으로 생긴 손해배상 주체를 두고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이 불가피해 졸속정책에 따른 후폭풍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신한울 3·4호기 등에 3,000억~4,000억원이 들어간 상태”라며 “신한울은 정부 허가를 받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허가 취소를 할지, 한수원이 스스로 반납하는지에 따라 배상 주체가 달라져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북 울진에 건설될 예정인 신한울 3·4호기는 신한울 1·2호기 옆에 한수원이 부지를 마련한 상태로 지난 5월 설계용역이 취소됐다. 영덕에 세울 계획인 천지 1·2호기의 경우 이미 한수원이 건설면적의 18%인 58만7,295㎡를 사들였다. 지금까지 신한울 3·4호기에만 들어간 돈이 2,70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확보한 부지의 경우 사려는 이도 없어 한수원으로서는 그냥 안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사업허가도 받았다. 건설을 중단하려면 정부가 취소하거나 한수원이 이를 포기해야 한다.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소송대상은 물론 업무상 배임이 생길 수 있다. 천지 원전 인근 주민들은 한수원에 부지 매입을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허가를 취소할 근거가 없다”며 “반대로 한수원 입장에서는 정부 공문 없이는 이사회 통과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졸속정책에 혈세만 축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신고리 5·6호기의 공론화 3개월간 공사 중단으로 1,0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들쑥날쑥한 정책 변화로 재정만 또 축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직 고위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3년만 해보면 한계를 절감하고 결국 원전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며 “8·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조금씩 반영하고 내년에 나올 에너지 기본계획에 원전 비중을 줄이면 되는데도 60년 계획을 3일 만에 만드는 게 탈원전 로드맵”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박형윤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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