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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둥

지난 2011년, 뉴 멕시코 주 산불은 처음에는 일반적인 수준이었다가 핵폭탄급으로 파괴력이 높아졌다. 무려 13,500m 높이의 토네이도 같은 바람을 타고 불붙은 잔해들이 날아다녔다. 현지 과학자 3명이 그 발생원인을 알고자 연구에 나섰다.







2011년 6월 27일, 뉴 멕시코 주 로스 알라모스 교외에 사는 마크 윙클는 걱정스러워하며 현관에 서서 망원경으로 몇 km 떨어진 곳을 불태우는 산불을 보았다. 이 산불은 12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라스 콘차스에는 폭이 21km에 달하는 칼데라인 발레스 그란데가 있는데, 여기를 따라 난 오솔길에서 돌풍에 쓰러진 백양나무가 고압선을 때려 산불이 시작되었다. 이미 이 산불은 7,000에이커 면적을 태웠다. 엄청난 속도였다. 그러나 강풍, 그리고 이미 시작된 건조한 기후를 감안하건대 이 산불은 7월에 몬순이 불씨를 꺼뜨리기전까지는 계속될 것이었다.

20년 동안 세 번의 큰 산불을 겪을 만큼 가뭄과 산불에 시달려 오던 뉴 멕시코인들은 이번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시각은 오전 1시 30분이었다. 어지간한 산불은 차가운 공기를 맞아 위력이 줄어들었을 시간이었다. 윙클이 칼데라로부터 바큇살 모양으로 방사상으로 뻗어있는 8개 계곡 중 하나를 보자, 예기치 못하던 광경이 펼쳐졌다. 주황색의 벽이 발레스 그란데 칼데라를 감싸고 있는 헤메즈 산의 남쪽 사면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산불은 보통 경사면 아래쪽으로 퍼지지 않는다. 보통 위쪽으로 퍼지면서 위쪽의 식물들을 말려 점화시킨다. 그런데 이번 것은 아래쪽으로 퍼졌다. 그것도 야간에 말이다. 이번 산불은 윙클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걱정이 되어 더 잘 보기 위해 언덕을 올라가 보았다. 언덕 정상 근처에 가니 뜨거운 바람이 그의 가슴을 때렸다. 거기서 북서쪽을 보니 산불의 최선두가 높이 10m가 넘는 불꽃을 이루며 구르는 술통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보였다. 윙클이 목격한 것은 <블로우업>이라는 현상이다. 핵폭발에 버금가는 갑작스런 강한 힘에 의해 산불이 시냇물을 끓이고, 흙을 녹이고, 바위에 금을 가게 할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다. 이번 블로우업은 무려 13,500m 크기의 연기와 검댕의 용광로를 만들고, 높이 120m의 불의 토네이도를 만들어 강력한 상향풍과 하향풍을 만든다. 토네이도의 위에는 번개가 생기고, 잉걸불을 무려 40km 거리까지 날려 보낸다.


솟구치는 연기 : 이번 산불은 15만 에이커 이상을 불태우고 강한 바람을 일으켰으며 연기, 잔해물, 불타는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을 만들었다. 그 기둥은 무려 100km 떨어진 곳에서도 보였다.





화재 현상 전문가들은 라스 콘차스 산불이 밤새 12,000에이커 면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해가 뜨자 무려 43,000에이커 면적이 흰 재만 남기고 타버렸다. 이제 이 불은 화이트 록과 로스 알라모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당국은 이 불이 거주지를 태울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18,000명의 주민들에게 피난을 명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TV에서 이 불로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 연구소에는 대량의 핵 폐기물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 주 정부, 연방 정부 소속의 소방관들이 이 곳에 파견되어 불길을 막으려 애썼다. 그러나 불길의 진행을 막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까지도 동쪽 칼데라는 불타버린 폐허로 남았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 10km 떨어진, 제4번 고속도로가 칼데라로 들어가는 지점에서 옛 폰데로사 소나무 숲은 갑자기 죽은 나무의 숲으로 바뀐다. 너무나도 황량해 굵기가 10cm 넘어가는 죽은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화마에게 희생당한 소나무들은 모두 바싹 구워졌고, 소나무잎들 역시 완전 건조되었다. 결국 라스 콘차스는 최근 들어 가장 지독한 블로우업의 현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 원인은 대체 무엇인가?

극한 기후는 극한 화재를 낳는다. 건조한 지역에 강한 바람이 불면 타다 만 쓰레기 한 조각으로도 대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라스 콘차스 화재는 1,0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던 밀림을 불태웠고, 바람은 고도 6m에서 시속 64km로 불어 화재를 확산시켰다.

그리고 극한 산불도 나름의 기상 현상을 만든다. 연기가 고열로 인해 하늘 높이 뿜어 올려지면 강력한 상향풍을 만들어내는 대류 기둥이 형성된다. 여기에는 불타는 식물에서 나오는 탄화수소가 실려 있는데, 탄화수소는 산불을 유지할 연료가 풍부하다. 또한 가솔린 유증기처럼 발화하기 쉽다. 이 열기로 모인 습기는 응축되어 화재 적운을 만들어낸다. 이 모루 모양의 적란운은 연기 기둥 위에 놓여 극도로 강한 난류와 하향풍을 만들어내고, 화재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욱 변덕스러운 바람을 만들어내 화재를 증폭시킨다.

로드 린은 22년간 산불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산불의 움직임의 수수께끼를 해석할 컴퓨터 도구도 만들고 있다. 린은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의 화재 및 기상 연구를 지휘하고 있다.

린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면서 이렇게 말한다. “일부 현장에는 이만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당시는 4월 중순의 오후였다. 우리는 연구소의 거대한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린은 이번에는 양팔을 벌려 보이면서 말했다. “그런데 화재 현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이만큼 크다.”

미국에서는 매년 최대 10만 건의 산불이 일어나 100만~1100만 에이커를 불태운다. 그 피해 지역 대부분은 가뭄에 시달리는 서부와 남서부 지방이다. 동부와 남동부가 화재 발생 건수는 더 높지만 말이다. 이러한 산불로 인해 매년 일반인과 소방관 수십 명의 목숨이 사라지며, 재산 피해도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미 연방 정부는 매년 산불과 싸우기 위해 22억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25년 전에 비해 약 4배가 늘어난 액수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산불이 커지는 데는 3가지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고온 건조해지는 기후가 갈수록 많은 불쏘시개를 만들어 내고, 잘못된 방재 방식 때문에 다음 번 화재를 위한 땔감을 더 많은 만들어내고 있으며, 산불에 취약한 지역에 미국인 1억 4천만 명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150년 전만 해도 산불 취약 지역에는 미국인들이 거의 살지 않았다. 그러나 도시와 마을들이 커지고, 야지로 뻗어 나가면서 산불 취약 지역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린은 “어쩌면 산불은 예전에도 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전에는 인구가 적은 곳에서 벌어졌기에 그 피해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고, 소방관들도 구태여 끌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산불의 빈도가 더욱 높아지는 느낌도 들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산불의 강도는 확실히 커졌다. 이 때문에 마을이 불타고 사람이 죽고, 언론의 취재 경쟁이 벌어지는 초대형 산불 시대가 열렸다. 지난 2013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림 파이어> 산불은 무려 1,041km2를 불태웠다. 같은 해 아리조나 주에서 발생한 <야넬 힐> 산불은 마을 하나를 전소시키고, 협곡에 갇힌 정예 소방대원 19명을 죽였다. 이러한 대화재는 미국인들의 공포심을 자아내는 괴물로까지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화재가 일어나는 방식은 언제나같았다. 매우 작고 별 것 아닌 불꽃이 과학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 이유로 여러 파괴적인 순간들을 거쳐 거대한 블로우업으로 커가는 것이다.

이제 이 팀은 라스 콘차스 화재의 주요 특징 중 극히 일부를 밝혀냈다. 이 중에는 사우어가 자기 집 현관에서 본 것도 있다. 13,500m 높이의 먼지와 재, 화염 기둥의 축을 따라 역회전하는 한 쌍의 소용돌이가 그것이다. 사우어는 “나는 크게 놀랐다. 그 기둥은 그동안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과학적 지식을 현실에서 보여주었다.”라고 말한다.

토요일 아침이었다. 필자는 그와 함께 작은 랜치 하우스의 현관에서 서쪽을 보았다. 한 때 연기 기둥이 서 있던 19km 떨어진 칼데라 <발레스 그란데>에 줄지어 선 불탄 나무들이 보였다. 그가 본 소용돌이는 진공을 형성했다. 그 진공은 화염을 빨아들여 높이 120m의 토네이도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사우어는 이 때 대규모 수직 속도라는 현상을 통해 소나무의 솔방울들이 떨어져 나가고 불이 붙어 하늘로 날아올라 화재 현장으로부터 최대 3km 거리까지 날아간 다음, 착지한 곳에서 또 작은 불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소나무 잎처럼 가벼운 잔해물은 기둥의 맨 위까지 올라간 다음 수 km 떨어진 곳까지 떨어진다. 어떤 목격에 따르면 서쪽 40km 거리까지 재가 날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나무와 잎에서 빨려나간 습기는 기둥의 맨 위에서 응축되어 얼음과 물이 된다. 이 얼음과 물이 지면으로 떨어지면 대규모 하향풍을 만들어 내 기둥을 땅으로 떨어뜨린다. 사우어는 “이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기둥 붕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공의 바람이 아래쪽으로 부는 것에 불과하다.”

사우어는 마치 빈티지 롤렉스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위기의 중년처럼 역회전 소용돌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의 집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3개의 컴퓨터 모니터가 있는 어두운 방이었다. 물리학 책 옆에 프리스비도 쌓여 있었다. 사우어는 소용돌이가 블로우업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소용돌이를 주간에 보았다. 그러나 화재의 확산은 오후 10시에서 오전 3시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는 “어떤 기상학적 현상이 야간에 바람을 강하게 만들었는지 자문했다.”고 말했다.






화재 조사관 : (위쪽부터) 로드 린, 제시 캔필드, 제레미 사우어. 라스 콘차스 화재를 조사하는 과학자들은 10년 묵은 가짜 신화를 반박했다.





이 팀은 연구 초기에 여러 가지 원인을 예상했다. 그러나 기둥 붕괴가설을 쫓다보니 그 원인들은 폐기했다. 이제 그들은 기상 연구 예보 모델로 회귀했다. 이 모델은 중규모 대기 데이터 세트를 사용했다. 중규모란 크기가 5~100km에 달하는, 즉 바닷바람에서부터 대양 스콜에 이르는 크기의 기상 현상을 말한다. 기상관들 이 모델을 사용해 매일의 일기 예보를 실시한다. 사우어는 팀과 함께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근처의 기상대에서 획득한 6월 26일과 27일의 현지 바람과 기온 측정치를 산과 협곡 등의 지형에 결합시켜, 예보의 스케일을 화재의 크기에 맞췄다.

컴퓨터가 출력하는 것은 지형 지도와 비슷해 보이지만, 고도에 따른 기압, 풍속, 풍향 등의 대기 데이터가 딸려 있다. 6월 26일 밤의 경우 사우어는 특이한 양상을 발견했다. 화재 상공 120~180m, 두 대기층의 경계면에서 사인파가 나왔다. 이는 헤메스 산의 정상에서 시작된 공진 압력이 라스 콘차스 산불이 블로우업된 곳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는 즉 강풍이 협곡 아래쪽으로 불어간 신호인 것이다.

사우어는 차트를 보면서 발레스 그란데와 프리홀로스 협곡 사이의 고갯길이야말로 산악파를 만들어내기에 매우 적합한 교과서적인 지형임을 알아냈다. 산악파라고 불리는 이러한 바람은 산봉우리의 바람에 가려지는 쪽에서, 낮고 밀도 높은 공기가 산봉우리와 그 위의 다른 공기 덩어리 사이에서 압축되면서 형성된다. 압력이 높아지면서 공기의 속도도 높아진다. 물을 뿌릴 때 호스를 좁히면 물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면 바람도 강해진다. 산 위의 강한 난기류는 항공기 추락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악파가 만들어내는 지표 근처의 공기 흐름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스 콘차스에서 블로우업을 일으킨 밀도류를 재현할 수 있을까? 사우어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 부분을 파고들었다. 그는 칼데라에서 협곡으로 흐르는 공기 흐름 시뮬레이션을 1년에 걸쳐 개발했다. 그 결과 나온 애니메이션의 모습은 마치 용암 경사로에 뿌려진 무지개와도 같았다. 그는 산의 고갯길로 압축되어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을 디지털화한 그림을 가리키며 여길 보라고 했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서는 헤메스 산의 사면을 따라 흐르는 바람이 나타나 있었다. 화재 근처에서 공기는 파도의 끝 거품처럼 말려 있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블로우업의 유일한 목격자인 마크 윙클이 본 것이 바로 이것이다. 구르는 술통과도 같은 모양의 화염이 바로 이것이었다.

결국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춰졌다. 하나만 빼고 말이다. 이들의 모델에 따르면 최대 풍속은 초속 35m였다. 그러나 블로우업이 일어났던 밤에 현지 기상대에서 측정한 풍속은 초속 8m에 불과했다. 산악파를 일으키기에는 너무 약했다. 사우어는 애니메이션에서 좀 떨어진 곳을 클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이게 블로우업을 일으킨 기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른 것이 기전임을 확실히 알고 있다.”

어느 날 오후 필자는 로스 알라모스의 유일하게 괜찮은 술집인 <배스터브 로우>에서 캔필드, 사우어, 린을 만났다. 작은 양조장을 겸하는 이 술집은 라스 콘차스 화재가 남긴 폐허 옆에서 사는 것을 받아들인 과학자들로 붐볐다. 맥주가 그들의 삶에 위안을 주었다.

헤메즈 산의 어딘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캔필드는 “여름이면 매일 밤 9시경 나무 사이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여기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소리를 들어봤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팀은 기둥 붕괴, 역회전 소용돌이, 산악파 등이 블로우업의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팀은 처음으로 돌아가, 내부의 원인을 찾았다. 이들은 저녁마다 관측되는 이런 현상을 연구했다. 집의 뒷 현관에서 맥주를 마시며 화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느날 밤 연구실의 대기화학자인 킬리 코스티건은 실망한 과학자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그녀는 라스 콘차스 화재의 연기 입자의 분자 구성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녀는 블로우업이 일어난 곳 바로 북쪽에 있는 불타지 않은 협곡에 서 있는 45m 높이의 연구탑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있었다. 이것은 연구팀이 중규모 모델링에 넣지 않았던 것이다.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불길 : 6월 26일, 화염과 연기가 로스 알라모스 상공을 뒤덮고 있다. 화재 전문가들은 야간의 찬 공기가 화재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자정 이후 화재는 더욱 심해졌다.





블로우업이 일어나기 전 9시간 동안 시속 64km의 바람이 라스 콘차스 화재를 길이 10km, 너비 1.6km의 가늘고 좁은 지대로 늘려 놓았다. 칼데라의 높이 3,300m 리돈도 봉 너머로 해가 진 후 기온이 낮아지면서 이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 바람이 화재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때 밤공기가 차가워지고 밀도가 높아지면서 칼데라 속에 고이기 시작했다. 마치 21km 크기의 욕조에 물이 고이듯이 말이다. 오후 10시경이 되자 이 산호가 풍부한 밀도 높은 공기가 넘치기 시작하면서 협곡 아래로 몰아치는 초속 8m의 바람을 만들어냈다. 이 바람은 화재의 진행 경로와 직각으로 만났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던 길이 10km의 불덩어리가 확 살아났다.

블로우업을 일으킨 범인은 모든 사람의 예상보다도 더욱 교활하고 조용했을지도 모른다. 연구팀이 이 사실을 알아냈을 때 쯤 연구 보조금은 거의 고갈되었다. 그 외에는 다른 원인을 조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욕조 가설은 가장 타당해 보였다. 또한 가장 유용한 가설이었다. 사우어는 “대부분의 화재 블로우업은 ‘희귀’하다거나 ‘예기치 못한’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다. 대신 그 지역 지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즉, 장차 블로우업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불에 맞서 싸울 방법도 알아낼 수 있다. 린은 “물론 블로우업이 일어날 정확한 시간이나, 그 여부까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현지의 기상 양상을 알면 소방관들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블로우업이 가능한가 여부를 알 수 있다.” 라고 말한다.

따라서 소방관들, 그리고 소방관들과 함께 일하는 기상학자들은 더욱 정밀한 모델을 사용해 산불이 블로우업되어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힐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린은 맥주를 마셨다. 그의 등 뒤에 지는 해가 타 버린 나무들의 실루엣을 만들고 있었다. 라스 콘차스에도 과연 희망이 있을까. 이제 로스 알라모스에 블로우업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탈 만한 게 남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직 소방관인 카일 딕먼은 지난 2013년 19명의 정예 소방관을 순직시킨 야넬 힐 화재에 대한 책 On the Burning Edge를 썼다.



■ 산불의 해부
2011년 라스 콘차스 화재는 6월 27일 블로우업을 일으키기 전에 이미 대규모였다.



위쪽부터 A, B





A) 대규모 상승
고열로 연기, 재, 불길이 대기권 속으로 상승, 높이 13,500m의 개류 기둥을 만든다. 이 대류 기둥은 마치 거대한 계란 거품기처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B) 화재 적운
불타는 식물에서 빠져나간 수분은 화재의 열기를 타고 기둥 위로 치솟는다. 이 수분이 응결되면 화재 적운이 생긴다. 그러면서 매우 강한 하향풍이 일어나 지상의 화재를 확산시킨다.




위쪽부터 C, D





C) 파이어네이도
식물이 연소되면서 연료가 풍부한 탄화수소가 방출된다. 이 탄화수소는 상향풍을 타고 위로 올라가 회오리치는 화염속으로 들어가 점화된다.

D) 불타는 솔방울
수직 방향으로 부는 강력한 바람은 소나무 가지에서 솔방울을 떼어내어 불을 붙인 다음에 고도 수백 미터, 거리 최대 3km까지 날려 보낸다. 솔방울은 떨어진 곳에서 또 화재를 일으킨다.



■ 블로우업
전문가들은 야간이 되면 차가운 바람이 화재의 기세를 꺾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화재의 강도는 더욱 더 커졌다. 그 유력한 원인으로 의심되는 것들을 살펴보자.


A



A) 넘치는 욕조
야간에 발레스 그란데 칼데라에 고인 차갑고 밀도 높은 공기는 마치 폭 21km의 욕조를 채운 물과도 같다. 이 공기가 넘치게 되면, 협곡을 따라 초당 8m 속도로 내려오면서 산불의 남측면을 때리게 된다.


B



B) 협곡 서핑
칼데라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온 협곡을 따라 내려오는 바람은 속도를 높이면서,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지면 위로 떠올랐다가 떨어지게 된다.


C



C) 불 폭탄
바람은 화재를 일으키는 동시에 높이 10m에 달하는 불길을 전진시킨다. 마치 불타는 술통이 굴러가는 것 같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yle Dick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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