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다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게 된 사람 중 절반가량은 계속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거나 상당한 후유 장애를 겪고 있더라도 니코틴 중독과 우울감·상실감 등 때문에 담배를 못 끊는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심장질환자의 경우 전체 인구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2~3배 높다.
10일 신동욱 삼성서울병원(가정의학과)·김현숙 신한대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2003~2012년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1,7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486명은 발병 이전부터 담배를 피웠다. 이 중 342명(70.4%)은 뇌졸중, 134명(27.6%)은 허혈성 심장질환, 10명(2%)은 두 질환을 모두 앓았다.
흡연은 뇌졸중·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다. 뇌졸중의 경우 첫 발병 5년 후 재발할 위험이 최대 40%나 돼 치료가 잘 됐더라도 금연은 필수다.
하지만 뇌졸중, 허혈성 심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진 뒤에도 담배를 끊지 못한 환자가 49.4%(240명)나 됐다. 대부분 발병 이전에 하루 반 갑 이상, 30년 이상을 흡연해온 경우다.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 발병 이전 금연에 성공했다고 답한 194명 중 13명(6.7%)은 치료 후 다시 담배를 피웠다. 담배와 인연이 없었던 1,020명 중 24명은 발병 이후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경험하면 건강 행동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많은 환자가 흡연을 지속하는 만큼 금연·우울증 치료를 받도록 의료진과 가족이 권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금연학회 부회장)는 “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지원사업이 암이나 심·뇌혈관질환자들에게 활성화돼 있지 않다”며 “입원·수술은 금연 동기가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이를 활용한 금연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는 대부분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뇌동맥 등 동맥 내벽 곳곳에 콜레스테롤·지방산 같은 지방질 등이 쌓여 혹처럼 커진 동맥경화반(죽종·粥腫)이 생겨 혈관이 좁아져 있다. 죽종에 염증세포가 침투하면 질병이 급성으로 악화할 수 있고 죽종이 터지면 혈관을 막아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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