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를 맞아 국내 기업들도 당초 기대치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총거래액 기준 대비 판매 상위 국가에서 한국은 5위(지난해 3위)로 두 단계 내려 갔으나 사드 보복 등 그간의 한중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선전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광군제 국내 기업들의 성적을 볼 때 앞으로 사드 해빙 모드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커의 귀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11일 광군제 하루 동안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4억 5,600만 위엔(한화 약 76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달성했던 일 매출 3억2,900만 위엔(한화 약 563억 원)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이랜드는 광군제에서 국내 기업으로서는 3년 연속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지난달 20일부터 시작한 사전 판매를 통해 지난해보다 64% 증가한 194억원의 사전 매출을 확보했으며, 11일 오전 10시에 이미 지난해 매출을 넘어선 3억5,000만 위엔(한화 약 588억 원)을 기록했다.
면세점·온라인쇼핑·뷰티 업계 등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신라인터넷면세점 중국몰의 1~11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광군제 사전 행사 등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004170)면세점의 광군제 마케팅 기간 실적도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설화수, 에스티로더, 닥터시라보 등 화장품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5~11일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11% 신장했다. 온라인(15%)과 오프라인(10%) 매출 모두 지난해보다 좋았다.
현대백화점그룹 온라인종합쇼핑몰인 현대H몰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글로벌H몰’에서 발생된 광군제 매출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96% 신장했다. 글로벌H몰은 지난 2014년 오픈한 역직구 전문 사이트로, 지난달말 ‘G마켓 글로벌관’에 정식 입점해 100여개국에 약 60만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유통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에만 매출이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미국·호주·유럽 등 서구권 매출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K 뷰티 성적도 양호하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11일 티몰 중국에서 약 3억 8,700만 위안(약 651억 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전년 대비 비 53% 성장한 수준이다. 브랜드별로는 대표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윤조에센스가 11일 1초에 1만병씩 팔리며 럭셔리 라인 스킨세트 판매 ‘탑 1위’ 자리를 지켰다. 대표 브랜드 라네즈도 ‘슬리핑 마스크팩’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프리미엄 마스크팩 라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051900)도 깜짝 실적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11일 하룻 동안 티몰닷컴에서 LG생활건강의 화장품과 생활용품 매출은 각각 68%, 104% 증가했다. 역직구 사이트인 티몰 글로벌에서도 화장품 ·생활용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46% 가량 늘었다.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는 대표 럭셔리 브랜드 후가 깜짝 실적을 견인했다. 티몰닷컴에서 후의 매출은 지난해 광군제 대비 54% 늘었다. 인기 제품 ‘천기단 화현세트’는 지난해 판매량의 160% 가량 늘어난 3만1000여세트가 판매됐다. /윤경환·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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