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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배터리 사관학교' 비아냥 들을텐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국내 기업 인력들을 빼가려는 움직임은 사실 2~3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예전보다 중국 기업의 구애가 노골적이고 적극적이며 동시에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인력에 제안하는 연봉 조건은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대리급만 해도 1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국내 기업보다 20~30%는 높고 특별한 경우에는 50% 이상 인상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은 별문제가 없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도 “제안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고 가능성도 있는 얘기”라면서도 “실제 움직인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국내의 한 직업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최근 인력 유출 문제가 불거진 후 “40대 후반 부장급이면 가겠다” “기회가 오면 무조건 갈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결국 배터리 인력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처우가 중국 기업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급여 수준은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고 기술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른 기업의 인력보다 처우가 낮다고 생각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연봉이 낮은 기업에서 높은 기업으로 인력 이동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올해 상반기에도 배터리 후발 기업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공언하자 기존 기업들이 바짝 긴장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래서 중국 기업의 제안에 흔들리는 이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물론 무작정 처우를 높이는 것은 부담스럽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국내 기업 중 흑자를 내는 곳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2차전지 사업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반드시 키워내야 할 분야다. 그래서 기업들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적자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배터리 업계의 최강자는 일본이었다. 소형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한 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10년 전부터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이나 비야드(BYD) 등으로 핵심 인력들이 스카우트되면서 기술 동력을 점차 잃어갔다. 이제 파나소닉이나 AESC 정도만이 세계 시장에서 명함을 내미는 정도다. 그래서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만큼 높은 가치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람이 필요하다면 애국심이나 의리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만큼 대우를 더 해주면 된다.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우리 기업은 중국의 ‘배터리 사관학교’라는 ‘비아냥’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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