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모건스탠리 쇼크에 충격을 받으며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음모론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외국계 증권사가 리서치와 영업부서 간 방화벽을 설치하고 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며 주가를 떨어뜨려 공매도 차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고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시황이 곧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주가 하락이 삼성전자 매수의 기회를 줬다는 의견을 내놨다.
2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22%(3만 2,000원) 오른 266만4,000원을 기록했다. 전일 5.08% 급락 쇼크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였지만 270만원선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악재로 작용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가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068270)에 대해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보고서를 내면서 셀트리온 주가는 당시 8% 넘게 급락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 하반기 코스닥지수가 오를 때 외국인투자가들의 수급 영향력이 커졌다”며 “‘반도체 고점 논란’ 등 외국계 리포트가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매도에 트리거 역할을 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로 인한 주가 급락이 반복되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의혹 제기와 함께 분노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한 보고서를 낸 모건스탠리는 27일 장 마감으로 갈수록 주가 하락폭이 커지자 ‘쇼트커버링’ 차원에서 창구 매수가 늘어났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셀트리온에 대해 비중 축소 리포트를 발표했을 때도 공매도 잔액이 상장 주식 수 대비 0.5% 이상인 ‘공매도 잔액 대량 보유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모건스탠리의 리포트 내용을 정면 반박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미래에셋대우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4·4분기 10조9,000억원, 내년 1·4분기 11조원으로 실적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40만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27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이른 시간 안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올해 7.6배, 내년 6.5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모건스탠리 리포트에 따른 충격이 단기 하락 요인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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