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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CEO&Story]이만근 신광테크놀로지 대표 "특장차 업계서 새 역사 쓰겠다"…돌아온 LCD의 해결사

1990년대 수입 의존했던 국내 LCD에

직접 개량 부품 개발해 국산화 산파역할

대기업 연구원들 조언 구해 '해결사'로

태성LCD 설립, 세계 시장 40% 석권도





“이만근이 도대체 누구야?”

지난해 11월 말 국내 수도권 지역의 대표 산업단지인 안산 스마트허브(옛 반월공단) 내 노른자위 땅인 오스람코리아 안산공장 부지의 최종 인수자 이름이 공개되자 공단 곳곳이 술렁였다. 공장 앞 도로명이 ‘오스람 삼거리’일 만큼 공단 내에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땅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인물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공장 부지는 세계 3대 조명업체인 독일 오스람의 한국 공장이었지만 지난 2014~2015년 극심한 노사 분규 끝에 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공단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비롯해 많은 인수 희망자들이 몰렸지만 평당 40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 탓에 최종 인수를 앞두고 번번이 유찰돼왔다.

반월공단 주변 관계자들을 모두 놀라게 한 주인공은 특장차 전문 제작업체 신광테크놀로지의 이만근 대표. 이 대표는 “당시 공장 부지 인수전은 아파트형 공장개발로 한몫 챙기려는 업자들이 몰리면서 투기로 변질될 조짐을 보였다”며 “매각자 측을 직접 찾아가 이 같은 우려를 전하면서 신광테크놀로지는 오스람과 같은 제조회사이고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사업을 확장하는 데 이 땅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회상했다. ‘공장 부지를 의미 있게 쓰겠다’고 약속한 이 대표의 진심은 오스람 측을 움직였고 안산 스마트허브의 최고 노른자위 땅은 신광테크놀로지에 돌아갔다.

아직은 ‘이만근’이라는 이름 석자가 안산스마트허브 내에서 옛 오스람 공장 부지를 인수한 경영인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시계추를 20년 전으로 되돌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1990년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 뛰어들어 이후 LCD 국산화에 산파 역할을 한 기업가다.

당시 LCD 시장은 소니와 샤프 같은 일본 전자 회사들이 주도했다. 1990년대 초반 LCD는 ‘전자산업의 꽃’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였지만 일본 회사들의 기술제휴 요청 거부로 기술 습득에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 방글라데시 직원 1명과 LCD 부품 회사를 창업했던 그는 일본의 LCD 모니터와 TV 제품을 분해해 장단점을 분석한 뒤 직접 개량된 부품을 개발했다. 이 대표가 주로 생산한 제품은 LCD 모니터 백라이트에 들어가는 절연 및 노이즈 방지 부품으로 우리 기업들이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품목들이다. LCD 국산화가 지상 과제였던 국내 한 대기업의 기술 연구소는 입소문을 듣고 그에게 연락을 했고 실제 제품 개발에 도움을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 대기업 연구소 관계자가 ‘부품을 어떻게 만들었느냐’며 연락을 해왔다”며 “우리나라도 충분히 자체 기술로 LCD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서로 공감했고 공동으로 LCD 부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부품 개발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내게 조언을 구했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줬다”며 “그때부터 ‘이만근은 LCD 업계의 해결사’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이 대표는 1997년 ‘태성LCD부품’을 설립했고 이후 LCD 업계의 호황을 타고 사세를 크게 확장시켰다. 1990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단 한 명이던 직원 수는 230명까지 불어났다.

그는 “1996년 국내에서 최초로 실리콘 패드(Silicon Pad)를 국산화한 데 이어 램프홀데(Lamp Holde), 램프링(Lamp Ring), 램프하우징(Lamp Housing), 반사시트 등 LCD TV와 모니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무엇을 하든지 최고가 되자’는 좌우명을 경영 현장에서도 실천하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되돌아봤다.

삼성과 LG, 현대와 같은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업체에서도 부품 주문이 쇄도했고 태성LCD부품은 회사 설립 4년 만에 동종 부품업계 매출 1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전 세계 LCD 부품 시장의 40% 이상을 석권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급기야 2006년에는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직접 본사 공장을 찾아와 이 대표에게 회사 가치를 26배로 쳐줄 테니 지분을 넘겨 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때를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로 꼽는다. 그는 “하루 24시간을 쪼개가며 10년 가까이 일군 회사였기 때문에 골드만삭스의 인수 제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좋아 차입이 필요없는 상황이었고 외부자금 유치보다는 회사의 내실을 좀 더 다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듬해 건강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져 결국 국내의 한 대기업에 ‘태성LCD부품’을 매각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건강악화에 회사 매각, 5년간 몸조리



일각서 ‘성공 폄하’ 평가에 복귀 결심”

특장차기업 인수, 이듬해 흑자전환 시켜

“대대적 조직정비…업계 최고로 만들것”



회사 매각 후 5년 동안 건강을 챙기며 기업 경영과는 담을 쌓던 이 대표가 다시 경영 현장에 복귀한 건 다름 아닌 세간의 잘못된 평가를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 내가 이뤘던 업적에 대해 일각에서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며 “최고를 향해 달려왔던 LCD 업계의 20년 경력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영 현장에 복귀하면서 가장 손쉬운 선택은 이전에 했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나의 경영 능력을 다시 평가받고 싶다”고 담담히 전했다.

태성LCD부품을 통해 LCD 업계에 ‘이만근’이라는 이름을 각인했듯 이 대표는 이제 신광테크놀로지를 통해 특장차 업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실천해가고 있다. 이미 그가 인수한 2012년 이후 회사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인수 이듬해인 2013년 신광테크놀로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70억~80억원 수준이던 연매출액도 4년이 흐른 지난해 말 300억원대로 성장했다.

회사가 성장하니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달라졌다. 직원들의 급여는 2012년 대비 30% 이상 올랐고 이 대표가 취임한 2012년 이후 매년 400%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한 차례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큰돈을 벌려는 욕심은 없다”며 “다만 내가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이 거래처에 자신 있게 회사 명함을 줄 수 있을 만큼 이 분야 최고의 회사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크다”고 강조했다.

기업 혁신을 위해 이 대표는 지난 5년에 걸쳐 대대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직원들이 고객 중심의 사고를 갖도록 교육했고 차량 판매 못지않게 애프터서비스(AS)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봄 시즌에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정기 AS를 실시하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신광테크놀로지는 변화한 방송환경에 맞춰 UHD 중계차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방송시장은 HD에서 울트라 시대로 바뀌며 방송장비 차량 역시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신광테크놀로지는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라며 “수입차에 의존하고 있는 방송 중계차 시장을 공략해 매출 다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매출의 30% 이상이 국방 분야 셸터와 특장차량 제작에 집중돼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들 차량에 대한 수요를 더욱 늘리는 동시에 특장차 분야에서도 정보기술(IT)과 연계한 제품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He is…

△1962년 서울 △1986년 재현전자 입사 △1997년 태성전자 설립 △1999년 태성LCD부품 법인전환 대표이사 취임 △2012년 신광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취임 △2013년 연세대 공학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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