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사망한 미숙아 4명 중 3명이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측은 감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어 결과에 따라 의료과실 문제로 귀결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질병관리본부는 18일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가 지난 16일 밤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에 대해 사망 전인 오후3시께 혈액배양검사를 지시했는데 혈액을 살펴본 결과 세균감염이 의심돼 배양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균종은 이르면 오는 20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가 이 검사를 지시한 것은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증상이 세균감염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검사에는 수일이 걸린다. 질병관리본부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거나 퇴원한 미숙아 12명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중이며 세균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배양검사를 할 계획이다.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숨진 3명의 미숙아 혈액에서 그람음성균으로 분류되는 세균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요한 것은 음성균·양성균 구분이 아니라 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며 병원 내 집단감염이라면 3명의 균종이 같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준동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 생태에서는 어떤 균종이든 세균감염 자체가 아이한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균은 그람염색 때 붉은색을 띠는 살모넬라균·이질균·대장균·콜레라균·수막염균 등 그람음성균과 보라색을 띠는 디프테리아균·파상풍균·폐렴균·포도상구균 등 그람양성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력한 사망원인 중 하나인 괴사성 장염의 경우 손상된 대장 등의 점막을 통해 대장균 같은 세균이 혈액 안으로 침입한다.
세균감염은 그러잖아도 면역력이 떨어지는 미숙아에게 폐렴·패혈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예방·감시와 처치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실에서는 15일 로타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장염을 일으키는 로타 바이러스는 분변이나 침, 오염된 손 등을 통해 감염된다. 이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산모들 사이에서는 “신생아실에서 기저귀를 갈아준 손으로 아기 입에 공갈 꼭지를 물리는 등 위생 상태가 부실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반면 이대목동병원 의사가 숨진 4명 중 1명의 미숙아에 대해서는 혈액배양검사를 지시하지 않았고 4명이 81분 새 동시다발적으로 숨진 것을 세균 감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감염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지만 사망 시간대가 다르고 1명은 혈액배양검사 대상이 아니어서 현 단계에서는 원인 추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1차 부검에 들어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모든 아기들에게서 소·대장의 가스팽창이 육안으로 관찰되지만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며 “장염 등의 정밀한 진단은 조직현미경 검사, 검사물에 대한 정밀감정을 추가로 진행한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웅재·박진용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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