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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안옮기면 봉?

[생색내기 그치는 장기고객 혜택]

LTE 대부분 음성 무제한 불구

통화시간 충전 쿠폰 제공하거나

가족할인 기준 더 까다롭게 바꿔

"보조금 더받자" 번호이동 부추겨

작년 유치비 7조…수익 악화 초래





#직장인 변형석(가명) 씨는 10년 넘게 이용했던 이통사를 최근 갈아탔다. 이통사를 바꾸는 동시에 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은데다 기존 이통사의 장기고객 혜택도 탐탁치 않아서다. 변 씨는 “장기 가입으로 받은 혜택이라고는 데이터 쿠폰 몇 장뿐”이라며 “이마저도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조금을 더 주는 이통사로 옮겼다”고 털어놨다.

2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이 장기가입 고객을 위한 갖가지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들이 신규 고객 확보에 들이는 노력만큼 기존 고객 지키기에도 혜택을 늘려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통 3사의 장기고객 혜택을 살펴보면 우선 KT(030200)는 가입기간 2년 이상인 경우 1년에 네 번 ‘팝콘’이란 쿠폰을 제공한다. LTE 가입자의 경우 △1GB 데이터 △올레TV 모바일팩 한달 이용권 △음성통화 30분 중 하나를, 3G가입자는 △데이터 1GB △음성통화 30분 중 하나를 각각 고를 수 있다. 문제는 마땅히 고를만한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도입된 순액요금제 때문에 대부분 LTE 고객에게 음성통화가 무료로 제공되는 데다가 데이터 추가 제공 혜택 또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사실상 필요가 없다. KT는 또 가입기간 3년·6년·9년이 경과 할 때마다 1만·2만·3만 멤버십 포인트를 1년 동안 추가로 제공하지만 이미 제공받은 포인트를 다 못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다 못 쓰고 소멸되는 멤버십 포인트가 매년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하위 요금제 가입자는 제한된 사용처 및 낮은 할인율 때문에 멤버십 포인트를 쓰기도 힘들다.



SK텔레콤(017670)은 장기가입 고객에게 기본 제공 데이터를 2배로 쓸 수 있는 쿠폰을 가입기간별로 4·5· 6 장을 각각 제공한다. 다만 제공 받은 쿠폰은 SK텔레콤 가입자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T끼리 데이터 선물하기’ 이용이 불가능하다. 또 가족 가입자를 대상으로 ‘T끼리 온가족 할인 혜택’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LTE가입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밴드데이터’ 요금제 이용자는 가족합산 이용기간 20년 미만일땐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다. 20년 이상이 되면 1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여타 요금제 가입 시 받을 수 있는 할인율 30%의 3분의 1수준이다. LG유플러스(032640)는 SK텔레콤과 유사한 데이터 충전 쿠폰을 연간 최대 6개 제공 중이며 휴대전화와 인터넷서비스 합산 이용기간에 따라 SK텔레콤의 절반 수준인 7~15%의 할인혜택을 준다.

이통사의 미약한 장기가입 혜택은 잦은 번호이동으로 이어져 수익 개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들어 월평균 번호이동 건수만 55만 건 이상이며 신규가입 건수 또한 65만 건 가량이다. 타사 가입자 유치 등을 위해 지난해 이통3사가 지출한 판매수수료만 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로서는 가입자 수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집토끼’ 지키기 보다는 ‘산토끼’ 잡기에 더욱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수익창출이 가능해지면서 향후에는 장기고객에 대한 혜택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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