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평생 모은 2억원을 생전의 뜻을 기려 이공계 여학생 장학 사업에 사용해달라고 후손들이 익명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8일 GIST에 따르면 기부자의 어머니 고(故) 홍복순(사진)씨는 ‘돈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가 꺾이면 안 된다’며 생전에 뜻 있는 곳에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보태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기부자인 아들은 어머니가 평생 절약해 모은 돈을 장학 사업에 기부하기로 가족과 뜻을 모아 2억원을 GIST에 전달했다.
홍씨는 서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지난 2017년 여름, 92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된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당시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초등학교 졸업이 그가 받은 교육의 전부였다. 하지만 여자도 남자와 대등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야 한다는 뚜렷한 삶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과는 6·25전쟁 때 잠시 목포로 피난을 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여동생이 전란 중에 목포에서 태어나기도 했다.
그의 가족에게 목포와 전라도는 전쟁과 피난의 가슴 아픈 역사와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으로 남아 있다. 서울로 거주지를 옮긴 후에도 홍씨는 종종 전라도를 방문해 추억을 회상하고는 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이 같은 연과 우수 이공계 교육기관의 여학생 후원이라는 고인의 생전 뜻을 살려 기부처를 GIST로 결정했다.
그는 GIST가 생겨날 즈음 광주를 자주 오가며 GIST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갈지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있었다고 한다.
GIST가 설립 25년의 짧은 역사에도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했고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 중심 창업단지 조성 등 새로운 도약이 기대돼 주저 없이 GIST에 기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부자는 고인이 생전에 형식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 기부자로 추대된 것을 기뻐하지 않을 것이며 본인 또한 형식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GIST가 잘되는 것이 생전 어머니의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한 뜻에 가장 잘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부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기부하는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라며 GIST가 잘되기를 멀리서 지켜보겠다”고 담담한 소회를 전했다.
GIST발전재단은 기부자의 뜻을 최대한 예우하는 차원에서 가훈인 ‘인성(忍省)’을 ‘호’로 적용해 ‘인성 홍복순 장학금’으로 이름을 정하고 여학생 학업 지원에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광주=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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