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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래를 이야기하자]노동 유연화·규제 혁파로 성장·고용↑…다시 밝힌 '佛빛'

<3>3,000쪽 노동법 뜯어 고치는 마크롱





프랑스에는 고용인원 49인 이하의 사업체가 22만8,191개다. 프랑스 기업 전체의 97.1%를 차지한다. 49명 이하의 기업이 왜 이렇게 많을까. 한 프랑스 기업의 사례에 답이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유리 제작업체는 거래처로부터 품질에 대해 호평을 받아 작업량이 늘었다. 하지만 사장은 49명인 직원을 더 늘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고용인원 50명이 되는 순간 온갖 성가신 규제가 더해지는 프랑스 노동법 때문이다. 직원이 50명이 되면 기업은 노동자평의회(노동조합)를 3개나 만들어야 하고 과세 대상 영업이익을 노동자와 나누는 ‘이익공유제’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경영 위기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도 노동자평의회에 재조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납부해야 할 세금의 종류도 늘어난다. 이쯤 되면 사업체 규모를 키우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카트린 구에뉴는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는 데 장애가 있다”며 “물론 기업을 성장시키고 싶지만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직원 50명땐 규제·세금폭탄에

‘49명 이하’ 기업이 97% 차지

악명 높은 노동법 성장 족쇄로



프랑스에서는 이처럼 ‘프랑스병’에 걸린 기업들을 사라지게 할 대대적인 개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관련 노동법이 개정돼 현장에 정착하고 있으며 현재는 노동개혁 2탄을 추진하고 있다. 선봉에는 지난해 5월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섰다. 3,324쪽에 달하는 노동법이 개혁 대상이다.

프랑스 노동법은 악명이 높다. 170쪽이나 되는 해고 규정, 420쪽에 걸친 건강·안전 규정, 85쪽 분량의 단체협상 규정, 수백쪽에 걸친 임금·특정산업 보호 관련 규정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누구도 해독할 수 없을 수준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 노동법을 고쳐야만 프랑스가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유연화’다. 먼저 산별교섭 대신 기업별교섭·개별교섭을 강화했다. 50인 미만 기업의 노사는 산별노조와 교섭하는 게 아니라 기업별로만 교섭할 수 있게 했고 20인 미만은 개별 직원과 교섭이 가능하도록 했다. 부당해고 보상금 규모도 줄이고 50인 이상인 기업에 요구되는 의무도 축소한다.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0.2~1.2% 사이에 머물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7년 1.9%까지 올랐다. 2013년 이후 줄곧 10% 이상이었던 실업률도 내년에는 9.4%로 떨어질 것이라고 프랑스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수십년간 공전했던 노동법 개정을 안착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타이밍이 좋았다. 2016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노동법 개정은 사회적 반대가 거셌다.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 개정안 철회 청원운동은 하루 평균 7만3,000여명씩 서명해 한 달도 안 돼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였다. 이와 달리 마크롱 정부의 노동개혁은 과반의 국민적 지지가 동력이 됐다. 지난해 9월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법 개정안 발표 직후 나온 오독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용이 증대되고 기업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긴 경제침체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린 것이다.

기업별교섭 강화 등 개혁 시동

해고·단협 등 ‘규제 유연화’ 나서

노조와 끝없이 소통, 개혁 합의



노조도 달라졌다. 프랑스에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노조인 노동총연맹(CGT)은 지난해 9월 노동개혁에 반대하며 전국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프랑스의 제1, 제3노조인 민주노동연맹(CFDT)과 노동자의 힘(FO)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규모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특히 급진적인 성향의 FO는 2016년에는 CGT와 함께 노동법 개정 반대시위를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불참을 선언해 마크롱의 개혁에 힘을 실었다. 로랑 베르제 CFDT 위원장은 “프랑스는 지난 몇 년간 격렬한 노조 충돌을 거치면서 발전했다”며 “독일처럼 좀 더 합의에 기반한 노사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충분한 의사소통 과정도 주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한 지 9일 만에 노조와 재계를 만나 8시간 동안 마라톤 면담을 했다. 지난해 5월 말부터 3개월 동안 50여차례에 걸쳐 노사와 만남을 가졌고 300시간에 걸친 노조와의 대화 끝에 개혁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 결과 FO는 이번 노동법 개정안이 기업협약과 산별협약의 위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지지를 표했다. /강광우·빈난새·변재현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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