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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추가 손실 눈덩이...대우건설 생존방안 고민 커질듯

끝나지 않은 대우의 비극-대우건설 모로코 뇌관

실적에 손실 반영했다지만 '빙산의 일각' 지적

매각 작업 올스톱...산은 책임론도 거세질 듯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3,000억원의 부실이 확인된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사진제공=대우건설




대우건설(047040)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 2016년 4·4분기 결산 당시에도 7,700억원가량의 빅배스(big bath·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했다. 해외 사업장의 잠재적 부실을 확실히 털어내 추후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였다. 특히 이는 곧 시작될 매각 작업에서 인수후보들의 우려를 씻어낼 카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불과 1년 만에 새로운 빅배스가 필요할 정도의 부실을 의심받고 있다. 산업은행의 조사에서 감춰져 있던 부실이 대거 드러나 우려한 대로 수조원대의 손실을 다시 반영해야 할 경우 대우건설의 운명은 가늠하기 어려운 미궁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작업이 힘들어져 새로운 처리 방안을 고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지체보상금 하루 2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3,000억원의 손실을 지난해 4·4분기 실적에 반영했지만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피 발전소 터빈의 공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모로코 전력청 변수 등을 고려하면 많게는 조 단위의 부실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다른 해외 사업장에 대한 추가 손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재 대우건설은 카타르와 오만·인도·나이지리아·베트남 등 42개국에서 30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수입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적자시공 프로젝트가 상당하다. 대우건설의 10개 주요 해외 프로젝트 중에 6개가 원가율 100%를 웃돈다. 이라크 항만청 방파제 프로젝트, 카타르 고속도로 건설, 사우디 자잔 정유터미널 건설, 알제리 RDPP 프로젝트는 2016년 대규모 손실이 이미 발생했고 카타르 E-RING 고속도로 건설은 아직 손실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원가율을 현저히 밑돈다. 반복되는 빅배스는 결국 잠시 부실의 눈을 가리는 스몰배스에 불과했던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일 보고서에서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해외 부문 수주 잔액의 평균 원가율이 104%라 손해를 보며 사업을 할 상황”이라며 “카타르 고속도로 사업에서 추가로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 모로코 사업 현장의 추가 부실 가능성은 대우건설 내부에서 이미 인지됐다는 말도 나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모로코 전력청에서도 전력수립 계획을 세우는데 대우건설이 터빈을 7월까지 인도하지 못할 경우 매각이 아닌 대우건설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지체보상금 총액이 발주액의 25%에 이르면 발주처인 모로코 전력청이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피 발전소는 최근 부실이 발견됐지만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말이 건설업계는 물론 투자은행(IB) 사이에서도 무성했다. 이미 2014년 대우건설이 사피 발전소를 수주할 당시부터 건설 업계에서는 ‘사피 발전소를 수주한 건설사는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해외 최대 규모 공사라는 메리트가 있어 많은 건설사가 탐을 냈지만 발전소의 경우 너무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어떤 건설사도 선뜻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도 사피 발전소는 해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 공사인데다 1,300㎿ 규모의 발전소 건립이 처음인 만큼 기대감과 불안감이 상존해온 프로젝트다. 산업은행도 사피 발전소의 구체적인 부실 규모는 최근에 보고 받았지만 사피 발전소를 ‘악성 현장’으로 봐왔다.



대우건설의 추가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은 지난해 4·4분기 실적에 반영한 손실 3,000억원은 돌발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정 시행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단순히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대주주로서 경영에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특히 추가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대우건설의 해외 신규 수주가 어려워지고 대우건설 매각 작업도 장기 표류하며 매각 이외의 처리 방안까지 검토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단 산업은행은 이번 손실이 누적되거나 은폐한 것이 아닌 95% 이상 용적을 진행한 뒤 시운전 단계에서 터진 사고일 뿐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고에 가깝기 때문에 관리 부실을 질타하거나 현실적으로 비전문가인 은행이 시시비비를 따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산은도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일께 사피 발전소 현장에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팀을 파견하는 한편 대우건설의 40여개 해외 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매각은 일단 올스톱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을 포기한 이유도 단순히 지난해 4·4분기에 반영된 3,000억원이 아니라 추가 부실 우려 때문인 만큼 해외 매각 카드를 꺼낸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이 상황에서 매각을 진행할 경우 중국업체 엘리언홀딩스 등이 다시 거론될 수 있지만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 중국 업체가 헐값에 사들이려고 덤빌 공산이 크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시공 순위 3위의 대우건설이 해외자본에 매각될 경우 쌍용자동차나 하이디스 기술 먹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태 등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보리·노희영·이혜진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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