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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태움' 관행이 죽음 불렀다

서울 대형병원 근무 여성 투신

남친 "선배 괴롭힘 때문" 주장

교육 빌미 외모 비하·욕설 만연





간호사들 사이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집단 괴롭힘(태움)이 한 여성 간호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의 남자친구는 “평소 선배들의 태움 때문에 힘들어했다”며 간호업계 태움의 실상을 알렸다.

18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A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B씨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께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타살 흔적이 없어 B씨가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B씨 남자친구라고 밝힌 C씨는 지난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판에 자신의 실명을 밝히면서 “여자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간호사 윗선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말하는 은어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그만큼 혹독하다.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실제는 직장 내 괴롭힘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외모 비하는 물론 폭언과 다른 간호사와의 비교가 멈추질 않는다. 서울 대형병원 1년차 간호사는 “웃으면 웃는다고, 웃지 않으면 안 웃는다고, 빨리하면 정확하게 하라고, 신중하게 하면 빨리하라고 다그친다”며 “정말 말라 죽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지방병원 6년 차인 한 간호사는 “신임 간호사에게 태움을 하는 것은 가르치기보다는 못살게 괴롭혀 그만두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간호사들의 이직이 워낙 잦아 대체인력을 구하기 쉽다 보니 태움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태움을 당하는 간호사들은 속수무책이다. 실수를 저질러 태움의 대상이 되면 스스로 위축돼 더 자주 실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직장이다 보니 자신의 상황을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다. 최근 한 지방병원 중환자실에서 태움을 경험했다는 한 간호사는 “태움을 당한 지 3개월 만에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며 “약까지 복용했지만 또 다른 불이익이 두려워 약 복용 사실도 숨겼다”고 말했다. 이어 “태움이 자신에게 온다 싶으면 병원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태움은 교육을 가장한 집단 따돌림·괴롭힘을 통해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폭력일 뿐”이라며 “태움 때문에 신임 간호사가 그만두면 자기들끼리는 승리의식에 도취 되기도 하는데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적폐”라고 지적했다.

/김민형·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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