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의 주요 원인인 심방세동 환자가 최근 8년 새(2008~2015년) 2배 증가했지만 뇌경색 예방치료 비율은 절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의근(서울대병원)·이소령(순천향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8년 간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보니 우리나라 심방세동 환자는 인구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2008년 15만명에서 2015년 28만명(인구의 0.7%)으로 1.9배 증가했다. 80대 노인의 약 3%, 80세 이상 노인의 4% 이상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고령,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뇌경색 과거력, 심부전 등 심방세동 위험인자를 2개 이상 가진 ‘뇌경색 고위험군’도 12만명(심방세동 환자의 78%)에서 23만명(〃 83%)으로 1.9배 늘어났다. 뇌경색 고위험군은 반드시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 교수팀의 분석 결과 먹는 항응고제 처방을 받아 예방 치료를 하고 있는 뇌경색 고위험군은 같은 기간 35%에서 51%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절반 가까운 환자들이 여전히 뇌경색 예방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으로 두근거림·숨찬 증상을 유발할뿐 아니라 심방에서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돼 혈전이 만들어진다. 혈전은 신체 어디로든 이동해 작은 혈관들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이 발생할 경우 다른 원인으로 인한 뇌경색보다 범위가 넓고 휴유증도 심하다.
최 교수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심방세동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뇌경색 고위험군에서는 조기 발견과 예방적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먹는 항응고제는 ‘와파린’과 새 약물인 ‘비타민K의 작용을 억제하지 않는 먹는 항응고제’(NOAC)가 대표적이다. 다비가트란, 아픽사반, 리바록사반 등 NOAC는 와파린과 비교해 뇌졸중 예방 효과는 동등하고 뇌출혈·사망 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파린과 달리 효과 확인을 위해 빈번하게 혈액검사를 할 필요가 없고 음식, 다른 약제와 상호작용도 적다. 2015년 7월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비(非)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1차 치료제)으로 확대된 이후 사용이 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순환기내과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과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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