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지주(004990)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대홍기획·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 투자 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는 분할합병안을 결의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 5,811만5,783주 중 3,900만9,587주가 주총에 참석해 3,395만358주가 찬성, 의안 찬성률은 87.03%로 비교적 여유롭게 통과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투명성, 효율성 강화 등 롯데의 지주사 체제 확대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주주들이 힘을 실어준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시주총이 무사히 끝나면서 롯데그룹은 ‘1석4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 회장의 수감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 등 그룹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서 출범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가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신 회장의 부재 속에서도 첫 과제를 무사히 완수하면서 황 부회장의 위기관리능력도 재확인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우려했던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대립설도 잠재울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일본 롯데가 한국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롯데는 위임장을 통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일본 롯데는 앞으로도 한국 롯데지주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지주의 한국 롯데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도 ‘득’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롯데지주의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율은 합병 전 대비 6.6%포인트 오른 60.9%가 된다. 합병 이후 오너 일가와 관계사 총지분율이 38.2%가 되지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이 37.3%에 이르러 나머지 주주들의 의결권 지분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한때 416개에 달하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도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모두 해소됐다. 롯데지주 출범 초기에는 편입된 계열사가 42개였지만 이제는 53개까지 늘게 돼 92개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롯데지주 아래에 속하게 됐다.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배력도 강화된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분할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룹 내 모든 순환·상호출자가 해소돼 경영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산을 넘기는 했지만 총수 부재의 롯데그룹 앞에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를 정점으로 롯데물산·롯데케미칼 등 화학과 관광 계열사의 분할 합병이 이뤄져야 하고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도 처리해야 한다.
또 다른 경영 현안인 롯데홈쇼핑의 재승인과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 및 대형복합개발 사업 추진, 면세점 사업 정상화 등에서도 황 부회장이 이끄는 비상경영체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어떻게 막아내는가도 롯데그룹의 당면 과제 중 하나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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