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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제2 유전체 혁명과 과학자의 '신중한 경계'

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잠재력 무궁무진한 유전체 신산업

안전·안보 위협 규제 필요하지만

바이오전략 일대변혁 서둘러야





유전체 기술 혁신이 가파르다. 인간 유전체 분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고 이를 유전체 관련 신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유전체 성과도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진정한 의미의 ‘제2의 유전체 혁명’이 시작되고 있으며 새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이제는 유전체를 해독(read)하는 것을 넘어 합성(write)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 최초 인공생명체인 신시아의 탄생이 그 변화를 대표한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체만으로 구성된 인공세포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자서전에서 “나는 진정한 인공생명을 창조해서 우리가 생명의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제 생물학은 공학으로 이해된다. 그간 축적된 개개 유전자들의 기능에 대한 이해를 종합하고 라이브러리로 구축한 뒤 필요할 때마다 유전자를 부품처럼 꺼내 조립해 새로운 생명 시스템을 만든다. 또한 경영학에서 쓰는 소위 ‘린 스타트업(Lean Startup)’과 같은 방식으로 특수생물 시스템을 설계·제작·검증을 반복하면서 진화시킨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같은 정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AI)의 활용으로 그 혁신 속도가 더욱 파괴적이다.

‘신더스트리(syndustry·synthetic biology industry)’라는 말도 생겨났다. 생명과학 지식의 바탕에 공학적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생명현상을 디자인·설계해 새로운 장비와 시스템을 창출·활용하는 신산업이다. 기존의 약 4조달러에 달하는 화학제품 생산 시장의 95%가 아직 단 한 번도 생명공학적으로 연계된 적이 없음에 비춰 향후 합성생물학을 통한 대규모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유전체 혁신으로 생겨나는 산업적 기회를 확보하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그 나라의 사회적 합의 역량에 달려 있다. 생명체를 대표하는 ‘유전체’에 화학·공학적 조작을 의미하는 ‘합성’이 결합된 그 자체가 기존 생명체에 대한 개념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바이오테러 등 다양한 잠재 위험이 있고 멸종동물을 복원하는 기여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리기도 한다.



합리적 규제 정립과 사회 합의를 위해 과학자들이 나설 때다. ‘100달러 유전체’ 실현으로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졌고 ‘스스로 하기 생물학(DIY-Biology)’ 및 ‘차고생물학(Garage Biology)’ 등 신문화를 통해 비전공자의 바이오 연구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유전자 편집을 비롯한 생물학 실험이 개인 실험실에서도 쉽게 행해지는 시대가 됐다. 이 또한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과학자들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말 열린 바이오미래포럼에서는 과학자가 중심이 된 ‘신중한 경계(prudent vigilance)’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는 미국 대통령 생명윤리위원회의 합성생물학과 관련한 윤리평가 보고서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합성생물 등 프로젝트 실행 이전과 이후에는 잠재적 혜택과 더불어 안전과 안보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명확한 위험이 아니면 일단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진행하고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문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에는 그 기술의 사용을 제한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혁신함으로써 자칫 규제가 불합리한 속박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유전체 ‘읽기’ 시대에 이어 ‘쓰기’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바이오 전략의 일대 변혁을 서둘러야 한다. 제2의 유전체 혁명이 가져올 산업적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게 될까 마음이 급하다. 한편으로는 그 세상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 기대와 두려움의 간극이 우리의 합리적 선택을 기다리는 기회의 영역이다.

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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