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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김기덕·조재현, 피하기에 급급…'미투' 가라앉길 원하나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을 둘러싼 충격적인 성폭력 의혹. 작품을 함께했던 이들의 구체적 폭로가 이어진 가운데 김기덕과 조재현 측의 부인과 묵묵부답은 화만 더 키울 뿐이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과 조재현의 성폭력에 대한 제보와 증언을 다뤘다. 피해자들은 두 사람이 상습적인 성희롱은 물론 성폭행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겼다.

김기덕, 조재현/사진=서경스타 DB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 예정이었던 여배우 A씨는 김기덕 감독의 성관계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폭행당했으며 그 일로 작품에서도 하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사람들 앞에서 음담패설을 하거나 여배우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했다.

또 다른 여배우 B씨도 조심스럽게 당시를 회상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오디션을 볼 때 일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B씨에게 “가슴을 볼 수 있냐”며 성희롱을 이어갔다고.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B씨는 “멘붕 상태였다”고 말하며 “김기덕 감독이 ‘끌고 가면 어떻게 할래’라고 했을 때 진짜 끌려갔으면 어땠을까”하고 두려움을 드러냈다.

피해자는 또 있었다. 여배우 C씨는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많은데 드러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힘을 두려워한다”고 그동안 폭로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말했다.

C씨는 이어 영화 촬영 전부터 성추행이 있었다고 말하며 “‘너를 알아가야 한다’며 옷을 벗겼다. 거부하는데 옷이 찢어질 정도였다. 반항하고 저항했더니 따귀를 10대 때렸다. 울면서 돌아오니 사과 문자가 10통 넘게 와있었다. 자기도 맞고 자라서 손이 올라간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A씨가 김기덕 감독의 성관계를 거부하자 폭행을 당한 것과 유사한 상황.

그러나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런 무서움과 두려움을 안고 가야만 했다. C씨는 영화 촬영차 모인 합숙 장소는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여배우를 겁탈하는 것에 혈안이 돼있었다고. 결국 성폭행 당한 그는 피해자임에도 죄책감을 느꼈다. C씨는 지금도 “제가 잘못한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에 대해 피해자들이 가지는 감정은 비슷했다. 자신들은 꿈을 접어야만 했는데 두 사람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역겨울 정도라고. C씨는 “피해 받은 여성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라며 “저라는 존재는 기억도 못할 거다. 저와 비슷한 여배우들은 어둠 속에서 삶도 포기했다. 꿈은 짓밟힌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대응은 개운치 않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구체하고 상세한 것과 비교할 때 뭉뚱그려 부인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김기덕 감독은 ‘PD수첩’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제 내용에 대해 세 가지 기준으로 해석해 달라”며 문자 한 통만을 보냈다.



김기덕 감독은 “첫 번째,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다.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관심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동의 없이 그 이상 행위를 한 적은 없다.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동의하에 육체적 관계를 가진 적은 있다”며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배우들과는 전혀 반대의 주장이다.

/사진=MBC


조재현 역시 인터뷰를 피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처음에 돌았던 이야기는 80%가 잘못됐다. 어떤 것은 축소된 것도 있다. 피해자가 축소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인터뷰를 수락했으나 결국 당일 취소했다. “조사 들어가면 말씀드리겠다.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왜곡된 게 많다”며 피해자들의 주장을 일부 부인했을 뿐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여배우 A, B, C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성추행, 성폭행 등 모든 성폭력은 범죄다. 조재현은 앞서 “모든 걸 내려놓겠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겠다”며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도 하차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방송 말미 여배우 C씨는 이렇게 말했다. “성폭행범이고 강간범이다. 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의아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과를 받고 싶어 하지 않나. 저는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거부한다. 잘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사람들도 본인들 하고 싶은 것 그만 해야 한다”고.

현재 김기덕 감독은 “서로 동의와 호감이 있었다”고 잘못을 부인하고 있고, 조재현은 “왜곡된 게 많다”며 구체적인 해명을 피하고 있다. 피해자 여러 명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증언을 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양새다. 혹시 이대로 가라앉기를 원하는 것일까. 억울하다면 반박을, 사실이라면 인정과 사과를 해야 한다. 적극적인 입장 발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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