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11년 차에 접어든 현대자동차정몽구재단이 미래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변화’. 단순한 기부나 사회공헌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외계층이 실질적인 자립이라는 생활의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몽구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수정 서울대 음악대학 명예교수는 “새로운 문 앞에 선 우리 재단이 정한 핵심 가치는 변화”라면서 “학생들은 인성의 변화를, 소외계층은 자립 지원을 통한 생활의 변화를, 문화예술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으로의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재단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진행해온 ‘청사진(청년사회진출) 프로젝트’가 변화를 핵심 가치로 한 대표적 활동이다. 매년 약 2,000명의 국내 보호종료아동이 발생하고 있다. 정몽구재단은 이들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매년 30명의 청년을 선발해 3년간 주거비와 자기계발비는 물론 의료 지원과 진로 탐색, 정서 함양 등을 돕는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개설한 ‘온드림 글로벌 아카데미’ 역시 청년들의 인식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며 “개설 첫해 재단의 도움으로 국제적 시각을 갖춘 청년 5명은 실제로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기준 정몽구재단은 227억원의 수입 중 197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목적 사업인 공익적 사업에 지출한 금액은 188억원으로 수입 대비 비중은 82.9%,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3%를 기록했다. 이 같은 목적 사업의 비중은 삼성그룹과 SK그룹·LG그룹 등 대부분의 대기업그룹 소속 공익재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0년 동안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예술 세상 마을 프로젝트’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충실히 한 결과다.
정몽구재단이 이처럼 본연의 목적에만 충실할 수 있었던 데는 다른 재단들과 차별화되는 여러 특성이 일조했다. 재단 관계자는 “우선 현대차(005380)그룹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분이 자율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정몽구 회장이 기탁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등 8,500억원 가치의 주식에서 절반을 매각해 별도의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후 수익금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정 회장이 기탁한 계열사 지분 외에 재단이 추가로 매입한 지분은 전무하다. 대부분의 공익재단이 설립자의 기탁금 외에도 매년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운영되는 것과 달리 정몽구재단의 활동은 철저히 자체 수입만으로 이뤄진다. 2016년 벌어들인 197억원도 모두 금융상품 투자에서 나온 수입이다.
재단 설립자인 정 회장이 재단 운영에 간섭하지 않는 것도 독립성의 배경이다. 정몽구재단 초대 이사장은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맡았고 유영학 전 보건복지부 차관에 이어 현재 신 이사장이 재단을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공익 사업의 큰 방향만 제시할 뿐 이사장 자리를 한 번도 맡지 않았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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