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융단폭격식 재건축 규제 여파로 서울 강남구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9월 둘째 주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재건축단지 상승폭이 전주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서울 전체 집값 상승폭도 4주 연속 둔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둘째 주(9일 기준) 강남구 재건축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4%를 기록했다. 강남구 재건축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주간 단위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지난해 9월 둘째 주(9월15일 기준) -0.03%를 기록한 후 24주 만에 처음이다. 서초구의 상승률도 전주(0.25%)보다 0.12%포인트 낮아진 0.13%를 나타냈다. 이에 서울 전체 재건축 가격 상승률도 0.11%를 기록해 전주(0.22%)보다 0.11%포인트 빠졌다.
주요 개별 단지를 살펴보면 연초 대비 호가가 1억~2억원씩 빠지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가 지난 1월 18억원에 실거래됐는데 현재는 16억원 초반대에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용 72㎡의 호가는 한 달 전만 해도 19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억원 넘게 내려 17억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한 매물이 나왔다
반포동 L공인중개사 대표는 “오는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매도자들이 가격을 내려 급매물을 내놓은 경우가 많아졌다”며 “또 정부의 규제로 재건축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자 지난해처럼 매수자들이 매도자의 호가에 따라붙지 않으면서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들의 몸값이 낮아지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전방위 규제로 재건축아파트 매매 가격이 조정을 받는 모습”이라며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앞두고 막판 매도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서울의 집값 상승 둔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지난해 단기간에 너무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저항선이 커졌다”며 “마음이 급한 다주택자나 매도자들은 더 가격을 내려서 팔려고 하겠지만 거래 자체가 잘 안 돼 서울 전체 집값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자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갭투자자들이 집을 매물로 내놓아 매매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전셋값은 떨어지는데 금리는 올라 갭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며 “갭투자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풀린다면 집값 상승폭 둔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지속돼 서울 집값이 추세적 약세로 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건설사 임원은 “정부의 잇단 재건축 규제와 전셋값 약세로 서울 매매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강북 재개발 단지는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고 디에이치자이 같은 로또 아파트 분양도 예정돼 있어 서울 집값 상승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월세 전환율이 10개월 만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은 이날 1월 서울 전월세 전환율이 전월(4.1%)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4.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3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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