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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투자 가이드|슈와브가 로봇을 이기는 방법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당신은 46년 전 설립된 중개기업은 오늘날 금융업계를 강타하는 새로운 흐름에 속수무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 증권중개기업 찰스 슈와브 Charles Schwab는 새로운 디지털 흐름에 적극 동참하며 변화의 선봉에 서 있다. CEO 월트 베팅거 Walt Bettinger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뛰어난 경영 실적과 그가 생각하는 금융업의 미래, 미국인들이 투자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찰스 슈와브 CEO인 월트 베팅거는 지금 AI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증권 할인중개기업 찰스 슈와브는 30년 전 기업공개 후 지금까지 금융 사이클의 부침과 개인 금융업의 전면적 재편을 겪어왔다. CEO 월트 베팅거는 요즘의 슈와브를 “두 마리 토끼를 추구하는 기업(notradeoffs firm)”이라 부른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패시브 투자, 사람과 컴퓨터가 어우러진 ‘로보어드바이저’ 자문 같은 ‘하이터치 서비스 high-touch service *역주: 육체적, 정서적 접촉이 이루어지는 고객 중심 서비스 를 제공하면서도 중개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베팅거는 여전히 회장 찰스 슈와브의 면밀한 감독 하에 회사를 경영 중이며, 환불 보증과 가격책정 전략,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해 강력한 견해를 갖고 있다(미리 밝히자면,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률보다 고객 서비스 지원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미국 저축자들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 지식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지난해 가을 베팅거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의 편집본이다.


고객 금융서비스에서 슈와브는 어떤 접근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우리의 핵심 전략은 양수겸장을 추구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ETF와 인덱스 뮤추얼 펀드 등 국내 수 백 곳의 다른 거래소와 연계하면서, 상품 가격을 산업 내 저가 혹은 최저가로 책정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2년 전 시장조사업체 J.D 파워는 슈와브를 1위 종합증권사 *역주: 투자전략 개발에서부터 성과측정까지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로 평가했다. 40년 전엔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회사의 주요 사업 라인과 비교하면, 해당 분야 경쟁 기업들은 다루는 부문이 좀 더 협소하다. 슈와브가 포괄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주요 사업들은 상호 보완적이다. 우리는 매번 위젯(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장치)을 만든 후 투자 상품을 마케팅하지 않는다. 모든 사업 부문이 동일한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슈와브의 가장 큰 장점은 사업 규모다. 자산 규모는 약 3조 2,000억 달러이며, 총 비용의 17%만 운영비로 쓰고 있다. 상장기업 중 그 다음으로 운영비 비중이 적은 TD 아메리트레이드 Ameritrade도 운영비가 우리보다 10%나 더 높다. 전통적 종합증권사들의 자산 관리 기관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모건 스탠리의 운영비 비중은 3배나 더 높다. 이처럼 우리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돌려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당신은 평소 현 상황에 도전한다고 말해왔다. 무슨 의미인가?
단어 연상게임을 해보자. 내가 ‘최저가 인덱스 펀드’라고 하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뱅가드가 떠오른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틀렸다. 우리의 인덱스 펀드 가격이 훨씬 더 낮다. 또 다른 문제를 내겠다. 당신이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와 자문을 구한다고 해보자. 이번엔 당신에게 회사 이름을 말해보라고 하지 않겠다. 당신이 어떤 회사를 언급하든, 우리는 매년 그 기업보다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현상(現狀)에 도전하는 것이다. 소시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당연히 단순 구매자보다 소시지 제조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다. ETF의 비용 비율(expense rate)은 당신이 주식을 얼마를 매수하든 관계 없이 똑같다. 그렇다면 왜 인덱스 뮤추얼펀드에 500달러 투자를 하면서 500만 달러 투자 수수료보다 4~5배나 더 높은 비용을 대기업에 지불하고 있는가? 이는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내게끔 업계 종사자가 자신의 지식을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한 가지 사례다. 우리는 2017년 초 그 부분을 살폈고, 인덱스 뮤추얼펀드의 모든 거래 등급을 없애기로 결정했다(거래량에 관계없이 동일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힘든 결정이었을 것 같다.
2017년 슈와브는 고객들을 위한 상품 할인을 진행해, 약 4억 달러의 수익을 포기했다. 그래서 지난 분기 수익이 22억 달러에 미달했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에만 총 수익의 4~5%를 포기한 셈이다.


왜 손쉬운 수익을 포기하는가?
우리는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일단 계속 기업 규모를 늘리고자 한다. 월가가 이 방식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고객들이 회사에 지불하는 27~28%의 수수료를 22~24%까지 낮추고 싶다. 이 경우 더 많은 고객이 우리를 찾으면서 전반적인 매출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거기에 고효율의 기술을 활용하면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다.







기술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3조 2,000억 달러의 자산을 책임지고 있다면, 사실상 모든 업무에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을 사용하면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오류와 절차를 최소화하고 개인정보를 포함한 고객의 정보와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고객에게 보장해야 한다. 당신이 슈와브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모든 돈을 돌려줄 것이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대해선 수수료, 요금, 심지어 자문 서비스 비용까지 환불을 보장해야 한다.


그건 인간미가 돋보이는 서비스다. 하지만 특히 자문 서비스 부문에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까?
디지털 자문은 신뢰 상품이다. 사람들은 디지털 자문 솔루션을 위해 돈을 지불한다. 우리 고객들은 회사의 (소위)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 Intelligent Portfolios에 매 달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상품일 뿐이다.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선 단순한 기술 이상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이 포트폴리오를 도입한 순간부터, 관련 전문가들과의 상담 창구를 365일 24시간 열어두고 있다.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도 고객들이 우리 상품에 계속 투자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인공 지능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고객의 서비스 경험 향상을 위해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슈와브의 신조는 판매가 아닌 고객 응대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 매우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고객이 콜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고 해보자. 그 고객은 자신이 35년 간 일했던 기업 XYZ 주식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슈와브 컴퓨터는 상담 내용을 듣고 고객의 말을 해석한 후, 개별 주식이 문제에 처했을 때 하방보호(downside protection) *역주: 기초자산의 가치 하락에 대비, 손실을 줄이거나 제한하기 위해 다른 옵션 내지 헤지 수단을 이용하는 것 를 위한 옵션 전략을 바로 제시할 수 있다.


컴퓨터가 사람보다 더 좋은 상담원이라는 주장인가?
상담원이 매일 수만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까? 기술을 통하면 고객이 문제를 알렸을 때, 합리적인 솔루션을 즉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 시스템은 당신이 고안한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도입한 것인가?
몇몇 시스템은 구매하지만, 전반적인 개념과 접근법은 자체적으로 구축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시장 타이밍을 맞추고,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그런 주장은 100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슈와브가 담배를 판매하는 약국은 아니지 않은가? (유망주를 추천하는) 증권 컨설턴트들은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없지만, 당신들은 여전히 개인들에게 주식을 판매하고 있다.
내가 식료품점을 운영해야만 특정 브랜드 케첩을 다른 브랜드보다 더 잘 팔 수 있다. 그렇다고 판매가 저조한 케첩을 완전히 진열대에서 없애진 않을 것이다.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진열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이 언제나 선택권을 갖도록 할 것이다.


경제로 주제를 전환해 보자. 주식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든 지 8년째다. 곧 이 호황이 끝나는 것도 불가피할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산을 분배하고,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거액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시장을 예측하고, 진입 시점과 빠질 시점을 정확히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곤경에 빠지는 시점은 시장의 하락세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을 떠날 때다. 이들은 그 후 관망하거나 기다리다가, 시장이 상승세로 접어들면 다시 진입한다. 바로 이 지점이 개인 투자자들이 완전히 무너지는 시점이다.
회사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사업 모델은 자연적으로 대비책을 내재하고 있다. 최근처럼 시장이 상승세인 경우엔 자문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시장이 하락세면, 우리가 최선의 조언을 제공해도 고객들은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면 우리는 현금 쪽으로 움직여 수익을 낸다.


하지만 슈와브도 2008~2009년 금융위기로 매우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지 않았나?
제로금리정책(Zero Interest Rate Policy, ZIRP) 시기는 우리에게 믿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이자율이 지나치게 낮아 유례없이 많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자산을 현금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객들의 자금 펀드 수익률이 0이나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수료를 없앴다. 전 기간 동안 수익성을 계속 유지하긴 했지만, 우리에겐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우리는 자산을 5,300억 달러만큼 늘렸다. 한편 메릴 린치, 모건 스탠리, 이트레이드 E*Trade와 아메리트레이드 전체의 자산 증가분은 약 3,200억 달러에 그쳤다. 슈와브는 호황기에도 불황에 대비하기 때문에 자산의 70%를 재무부 증권을 비롯한 국채, 즉 안전 자산으로 구성하고 있다. 신용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엔 우리 회사가 안전한 항구역할을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좀 더 실존적인 문제를 논해보자. 슈와브와 금융 산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충분히 저축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재정적으로 불안정하다.
그건 어쩌면 투자 산업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문제 중 하나일지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 소유자들은 대부자(lender)보다 훨씬 큰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을 대부자가 아닌 소유자로 만들어주는 사회 시스템은 미비하다.


혹시 ‘대부자’들이라 함은 근로자들을 의미하는가?
그렇다. 저축하지 않는 사람들, 저축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 혹은 아주 소액일지라도 저축하는 금액이 예금통장이나 양도증서로 흘러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자산 소유주에게 자신의 부를 빌려주는 셈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이 두 가지 접근이 내포하는 기회의 차이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교육에 문제가 있다.
아마 모두가, 적어도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학교에 금융 교육 커리큘럼이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가정이라는 교과목이 있었다. 그 시간에 나는 조끼 만드는 법, 마카로니와 치즈를 요리하는 법을 배웠다. 조끼 만드는 법은 잘 모르겠지만, 마카로니와 치즈 만드는 법은 대학 시절에 유용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와 복리의 원리, 차입 소비 시 19%의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 왜 좋지 않은지에 대해 배웠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았을 것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금융교육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교육기관에서는 그런 교육을 시행하지 못했다.


슈와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우리 회사 전략의 일부로 포함시킬 수 있다. 가령 학교 및 직장 내 교육, 우리가 후원하며 교육을 하는 미국 보이스 앤드 걸스 클럽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생계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비중을 줄여갈 수 있다. 기업 관점에서, 사회를 중간 시점에 바꾸는 것은 어렵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초기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찰스 슈와브
197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영업소 문을 연 슈와브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이 회사를 투자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미국에서 할인 중개업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INTERVIEW BY ADAM LASHI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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