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해외소비 변동요인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해외소비(실질 기준)는 28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5% 늘었다. 해외소비는 국내 가계가 해외여행과 유학연수에 사용한 지출을 말한다.
해외소비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가라앉은 2011년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엔 18조원에 그쳤으나 2012년 20조3,000억원, 2013년 21조8,000억원, 2014년 23조1,000억원, 2015년 26조5,000억원 등으로 증가일로에 있다. 2011~2016년 58.4%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은 11.7%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는 연평균 1~2%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에도 3·4분기까지 23조4,000억원의 해외소비가 일어나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상승했다.
전체 가계소비에서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3.9%, 2016년 4.1%, 2017년 3·4분기 4.4% 등 오름세다.
해외 소비가 많이 늘어난 것은 외국 여행 증가 영향이 크다. 해외소비 가운데 해외여행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만 해도 73.4%였으나 2015년 85.2%으로 치솟았다. 이후에도 2016년 87.0%, 2017년 88.5% 등으로 커지고 있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과장은 “최근 몇년간 원화 가치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 저가항공사 확대에 따라 항공료도 싸지면서 외국 여행을 중심으로 해외소비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 소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도한 편은 아니다. 한은이 2016년 세계 42개국의 가계소비 대비 여행지급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2위로 중위권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해외소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해외소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국내 여행산업과 교육산업 고용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들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해외소비 증가는 경상수지 흑자를 억제하는 측면도 있어서 최근처럼 무역 마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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