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박모(47)씨는 31일 아파트 관리원과 얼굴을 붉혔다. 실내 게시판에 붙은 공문을 관리원에게 떼라고 했다 언쟁이 벌어진 것이다. 공문은 앞으로 모든 비닐류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버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박씨는 “종량제 봉투에 비닐을 넣어버리라는 것은 법을 어기란 얘기다”며 “알기나 하느냐”고 쏘아붙였고, 관리원은 “주민 대표들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예의를 갖춰 말씀을 하라”고 맞받았다.
경기도에 사는 김모(52)씨도 관리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비닐을 재활용 수거함을 넣는 것은 관리원이 제지한데 따른 것이었다. 김씨는 “수십년간 이렇게 해왔는데 비닐을 두지 말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말했다. 관리원은 “수거업체들이 비닐을 안 가져간다고 해서 그러는 것이니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일부 수도권 일대 아파트에서 주민과 관리원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갈등은 아파트 단지가 폐비닐·스티로폼 등을 재활용품으로 수거하지 않아 발생했다. 이들 아파트는 최근 폐비닐·스티로폼 수거 불가 방침을 공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렸다.
이번 사태는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과 오염된 스티로폼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불거졌다. 재활용회사들이 갑자기 폐비닐과 스티로폼 등의 수거를 거부한 것은 폐자원 가격 급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지금까지 아파트로부터 사들인 재활용품을 중국에 넘겨왔지만 중국이 최근 폐자원 수입규제 등을 이유로 재활용품을 받지 않으면서 폐자원 가격이 폭락했다.
이에 따라 환경 당국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상황대기반을 꾸린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지원금을 집행하는 자원유통지원센터 등이 업체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상황대기반은 환경부의 지침을 각 아파트 단지에 전달하고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지침은 깨끗한 비닐은 재활용 수거함에 배출하고 오염된 것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스티로폼은 테이프나 운송장 등을 제거한 뒤 재활용 수거함에 두도록 권고한다.
상황이 이렇자 관리사무소 등은 딜레마에 빠졌다. 비닐·스티로폼 등을 받지 않자니 환경당국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 게 되고 받자니 재활용품이 넘쳐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자치구 사이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재활용 업체가 수거하지 않으면 자치구라도 나서 비닐 등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이 재활용품을 받지 않는 행위는 불법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비닐 등을 넣어 버릴 경우 지자체 조례 등에 따라 최대 3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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