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18 베이징 국제 자동차 전시회’에 참가해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 등 제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베이징모터쇼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4년 중국 베이징자동차와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인 ‘베이징베스크테크놀로지(BESK)’를 통해 참가한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전시 부스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단순 참관이 아니라 제품 전시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베이징모터쇼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1위 업체인 LG화학도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와 공동 부스를 마련해 모터쇼에 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시 부스는 미리 초청장을 발송해 받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금도 풍부한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소수 고객에게 한정해 LG화학이 만드는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력과 품질을 공개하겠다는 일종의 ‘VVIP’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42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삼성SDI와 함께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삼성SDI도 참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참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2014년부터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해 온 만큼 이번에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배터리 업체들이 베이징 모터쇼 참가를 결정한 것은 국내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120만대의 전기차가 팔렸는데 이중 약 57만대가 중국에서 팔린 것으로 조사될 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내 기업들은 2020년부터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사라지는 만큼 그 이후부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서의 성과가 2020년 이후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서 한·중 갈등 관계 해소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뛰어난 기술력과 높은 품질에도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촉발된 보복성 조처가 중요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모터쇼에서 ‘사드 해빙’에 따른 국내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가 리스크(위험요소)가 없다는 점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메시지는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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