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지자 고용을 늘린 중소·중견 기업에 지원을 확대하고, 청년들의 목돈마련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를 위해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확정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죠.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에 핵심 대책 중 하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에 대해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유용한 정책이지만 상당수의 부실기업에도 재정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에 부실기업이 얼마나 포함될 수 있는 지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서울경제신문이 정부와 유관기관에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기업 2만6,000개의 리스트를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기업 정보라며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채용공고를 낸 기업 1,125개의 재무 상태를 점검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이곳에 채용공고를 올린 기업들은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의사가 있는 기업들로, 청년들이 채용되면 정부가 재정을 통해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게 됩니다.
이들의 재무 상태는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채용공고를 낸 기업 1,125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채비율 200%가 넘는 부실기업이거나 재무정보 자체가 없는 영세한 기업이었습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거나 마이너스 상태여서 자본잠식에 이른 기업이 295개(26.22%)에 달했습니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는 기업도 86개(7.64%)나 됐죠. 자본금 대비 부채 비중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부실기업으로 간주됩니다. 아예 재무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곳도 315개(28%)에 달했습니다. 손익 측면에서도 3개년 중 2개년 이상 영업이익 적자를 본 곳은 71개였습니다.
일례로 경기도 용인시에서 음식료업을 하는 A 기업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마이너스로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전자부품업체 B 기업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억원대 적자 행진을 이어 갔습니다. 재무상태 역시 부실해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이런 기업들도 청년들만 채용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기업들이 홈페이지에 신청을 하고 청년들을 채용하면 재무상태도 따지지 않고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고용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고용보험법 피보험자 수 5인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이면 가입이 가능합니다. 가입이 제한된 기업은 단란주점 등 소비·향락업이거나 정부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기업, 1개월 내에 인위적 감원을 한 기업뿐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재무정보를 정부에 제공하지 않아도, 자본잠식 상태더라도 아무런 제약 없이 가입할 수 있게 됩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데도 기업의 재무상태도 따지지 않아 구조조정이 돼야 할 좀비기업의 연명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예산 집행률이 낮다 보니 예산을 빨리 소진하기 위해 기업들을 선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생긴 일자리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도 낮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부채비율은 설비투자 등을 이유로 높은 경우도 있고, 창업기업, 스타트업 등은 초기 재무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경우도 있어 부채비율을 요건으로 설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청년들이 스스로도 기업을 보고 판단할 수 있고 청년들을 지원하는 운영기관에서도 괜찮은 기업으로 취업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해명했습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