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두고 악화한 중국 여론으로 급락하던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량이 지난달 34% 급증했다.
16일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 판매량이 9만7,55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2,026대)보다 35.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15개월 연속으로 판매량이 하락하던 악순환을 끊게 됐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결정으로 현지의 여론이 악화되며 판매량이 급락했다. 현대차의 경우 판매량이 10만대 이상에서 지난해 4월 3만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기아차는 1만대 선까지 꺾였다. 하지만 얼음같던 긴장감이 흐르던 한국과 중국, 북한, 미국의 외교관계는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되면서 녹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중은 2년 만에 이달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주력으로 내세운 소형 차량들이 현지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며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기아차는 지난달 현지 시장에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85% 증가한 3만548대를 기록했다. 소형차 페가스가 지난달 3,143대로 2월(1,391대)에 비해 판매량이 두 배 뛰었고 신형 포르테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189대에서 2,001대로 급증했다. K2도 8,000대 이상 판매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현대차는 6만7,007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9.6% 증가했다. 중국형 아반떼HD 모델인 위에동이 1,293대로, 신형 아반떼(AD)인 링동도 1만8,620대가 팔려 2월(각각 518대, 9,831대)에 비해 판매량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현지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인기에 힘입어 올뉴투산도 지난달에 2월(3,924대)보다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많은 1만53대를 기록했다. 싼타페도 판매량이 2월 304대에서 지난달 935대로 늘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소형 차량과 SUV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높은 품질과 상품성에 더해 영업력을 강화해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판매량 증가율은 반등했지만 판매대수는 10만대 이하로 사드 보복 이전(20여만대)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