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한국 경제와 상당히 흡사하다. 한국이 1970~80년대 이례적으로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주도한 일종의 계획경제 시스템이 가동했기 때문인데 중국 역시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성장에 무서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두 자릿수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온 덕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서 무려 12%로 높아졌으며 미국을 위협하는 유일한 국가로 부상했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중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 방점을 찍었다기보다는 중국을 성장으로 이끈 계획경제가 낳은 부작용에 집중했다. 특히 중국 자본의 흐름과 금융 시스템을 움직이는 중국 특유의 메커니즘을 방대한 분량을 통해 자세하게 분석했는데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을 조망하는 것이기도 해 보편성을 지닌다. 또 중국 베이징대학교 금융학과 부교수이자 웨이보에서 ‘샹솨이우화(香帥無花)’라는 닉네임으로 더욱 유명한 저자 탕야는 재일재경일보 등 중국 언론에 발표했던 칼럼을 엮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중국 자본시장을 꿰는 15가지 프레임’ 중 2105년 ‘A증시 폭락’에 관한 글인 ‘중국 주식시장의 반성문’과 ‘부동산 버블과 인구 충격’이다. 이 둘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해당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2015년 중국 주식시장은 두고두고 금융 역사에 회자하는 중요한 이슈다. 저자는 “당시 중국의 A증시에서는 레버리지, 유동성 스파이럴, 유동성 위기라는 세 낯선 용어가 천박한 풍요와 공포가 넘치는 재난 영화의 주연이었다”고 표현한다. 당시 A증시는 7년간 지지부진했던 베어마켓을 탈출하고 급상승해 2015년 6월12일 5,178포인트 고지에 올라섰다. 이는 6개월간 무려 200%나 상승한 것으로 주식시장의 과열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사흘 뒤인 6월15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장외 신용융자 정리에 들어가자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시장 전체가 폭락하는 가운데 무수한 종목이 하한가로 곤두박질쳤고, 종합지수는 1거래일을 기준으로 수 차례 최대 낙폭을 경신하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후 절반 이상의 상장사들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이후 정부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 증권금융주식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주식시장에 돈을 투입했지만 증시는 다시 상승과 하락을 계속했다. 당시 주식이 폭락하자 자살하는 이들이 속출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급속 성장을 추동했던 계획경제가 양날의 검이 돼 돌아온 대표적인 사례인 동시에 평범한 중국인들이 증시를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기대한 결과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중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버블과 인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책은 이 문제를 집값과 출산율, 집값과 장모 사이의 관계 등으로 설명한다. 집값이 10% 오르면 출산율은 1% 떨어진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을 인용해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앞으로 중국의 인구 지형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10년 후 중국의 모습은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은 일본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1가구1자녀’ 정책과 남아선호사상이 맞물려 ‘여자품귀 현상’이 벌어짐으로써 딸을 데려가려면 집부터 가져오라는 장모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듣고 있는 결혼적령기 남성들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책은 이외에도 ‘한국의 IMF 사태와 한국의 개혁전략’을 통해 한국 경제사와 한국의 산업 구조, 관치 금융을 비롯해 문화 정책, 김대중 정부의 IMF 처방전 등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분석해 눈길을 끈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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