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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사내벤처의 '아빠 화장품'

'린 스타트업' 프로그램 통해

'브로앤팁스' 초보아빠가 개발

에탄올 줄이고 천연유래성분

아이도 좋아할 화장품 만들어

"가능성 확인 땐 브랜드 론칭"

영화 ‘나홀로 집’에서 주인공 케빈은 아빠의 스킨을 바른 뒤 비명을 지른다. 알싸한 알코올 향과 함께 따가운 자극이 피부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아빠 스킨은 없을까.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사내 벤처인 ‘브로앤팁스’는 이 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브로앤팁스가 지난해 초보 아빠를 위한 보습 제품으로 선보인 ‘빅허그올인원’이 그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최석훈(왼쪽)·홍성해 씨가 ‘빅허그올인원’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빅허그올인원은 브로앤팁스 소속인 최석훈(34) 씨의 꿈을 담아 탄생했다. 최 씨는 “입사 면접을 볼 때부터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면서 “어린 아들이 아빠한테서 강한 향이 나는 걸 싫어하는 눈치였는데 여기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상품 개발을 맡고 있는 홍성해(35) 씨는 “기존 남성용 제품에는 에탄올 성분이 더 많이 함유되는데 예민한 피부를 가진 사람한테는 자극이 된다”면서 “빅허그올인원은 아보카도, 마카다미아, 기름야자, 바보밥나무씨 등 천연유래성분을 사용해 아기에게도 자극이 없다”고 설명했다.

브로앤팁스의 창의적인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의 지원을 받아 완성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6년부터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린 스타트업’을 도입해 기존에 없었던 브랜드와 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 브로앤팁스도 린 스타트업을 통해 탄생한 사내벤처다.

홍 씨는 “린 스타트업은 꽝 없는 로또”라며 “상품 개발에서부터 판매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며 사업을 운영해보는 경험이 큰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린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2018년 3월 기준 3개 기수가 선발됐으며 기수 당 2팀씩 총 6팀 중 4팀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로앤팁스는 밀레니얼 세대 남성 고객을 위한 다양한 뷰티 제품도 출시한다. 아이크림이 들어 있는 ‘올인원(네버드라이, 네버오일리)’, ‘핸썸톤업 크림’, ‘이태리타월 클렌징폼’ 등 한 번에 이해하기 쉬운 네이밍으로 남성 고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홍 씨는 “여성 화장품처럼 네이밍 됐다면 모이스쳐라이징, 퍼펙트라는 단어로 꾸며졌을 것”이라면서 “제품 설명을 굳이 안 해도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브로앤팁스가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창구는 페이스북 메신저다. 20대 초반 남성들은 홍 씨와 최씨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브로앤팁스는 이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올 6월 밀레니얼 남성을 위한 뷰티제품을 출시한다.

브로앤팁스를 비롯한 사내 스타트업이 주어진 2년 내 가능성을 확인받는다면 정식 브랜드로 론칭할 수 있다. 브로앤팁스는 “남성들이 정말 필요한 제품을 만들겠다”며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귀 기울여 합리적이면서 효과 있는 제품으로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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