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 FMK 대표는 수입차 시장에서 1세대로 꼽힌다. 첫 출발은 지난 1991년 한진그룹에서 몸담았던 시절 볼보자동차를 수입해 팔았던 것. 김 대표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판매된 수입차는 1,700대 남짓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4만대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라면서 지난 27년의 시간을 뒤돌아봤다.
김 대표는 연간 30만대 수준까지 수입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는 두 가지. 일단 소득이 늘었다. 동시에 ‘욜로(YOLO)족’이 등장한 것처럼 주변의 눈치는 상관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만 놓고 봐도 젊은 친구들이 전부 수입차를 탄다”며 “특히 최근 추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작은 차들을 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고 주요 브랜드들도 이 같은 수요에 맞는 차량들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한 대의 가격이 3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슈퍼카 시장 역시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전망이다. FMK는 마세라티뿐 아니라 페라리의 수입·판매사이기도 하다. 그는 “페라리는 브랜드 론칭 후 10년 동안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지만 연간 100대가량까지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우리보다 30년 앞선 일본의 경로를 따라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페라리는 600대를 넘어선다.
성장이 가파르면 부작용도 있는 법. 대표적인 게 최근 과도한 할인 경쟁이다. 김 대표는 “브랜드별로 전략이 다 다르고 시장 확대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고 했다. 볼보와 BMW코리아에서 영업 일선을 경험했고 효성그룹 소속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 도요타의 국내 안착을 주도했던 만큼 김 대표는 영업직원 입장을 먼저 대변했다. 그는 “본사가 과도한 할인 경쟁을 하면 딜러들은 상당히 괴롭다”면서 “이윤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물량을 밀어내는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 과열로 매달 판매 가격이 떨어지면 늦게 사는 고객은 혜택을 누리지만 기존 고객들은 상실감이 커진다”며 “상대적 박탈감은 둘째 치더라도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는 손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1·4분기 기준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8%를 넘어선다. 성장 못지않게 내실을 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수입차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좀 더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1990년대 중반 BMW코리아에서 영업을 책임지던 시절의 일화. “고성능 모델인 M5 출시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CD플레이어를 내장하는 게 고급차 시장의 추세였죠. 그런데 독일에서 온 당시 CEO는 스포츠카에 그런 게 왜 필요하냐고 이해를 못했습니다. 오히려 당시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죠.”
김 대표는 “현재도 여러 브랜드 후배들로부터 이 같은 어려움을 종종 듣는다”며 “외국계 CEO들이 한국의 문화와 시장, 직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