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월 100만원을 벌면 20만9,000원은 통장에 들어왔다가 곧바로 사라지는 ‘순삭’(순간삭제) 금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에서 세금이나 보험료, 연금, 이자비용 등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9%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비소비지출은 소득세와 같은 세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것으로 대부분 사전 공제되거나 즉시 빠져나가는 돈이다.
소득 대비 비소비지출 비중은 2016년 4분기 17.9%에서 지난해 1분기 18.2%→2분기 18.6%→3분기 19.0%→4분기 19.5% 등 문재인 정부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올해 1분기에 2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비소비지출이 소득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비소비지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소비에 쓸 돈이 줄어든다.
올해 1분기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99만5,512원으로 1년 전보다 19.2% 급증하며 100만원에 육박했다. 금액이나 증가율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소득은 월평균 476만2,959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소비지출 항목에서 이자비용, 세금, 보험료 등이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이자비용의 경우 9만5,632원으로 1년 전보다 23.1%나 늘었다. 이는 금융위기(2008년 3분기, 23.6%) 이래 최대 증가율이다. 더구나 금리가 상승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 이자비용 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상조세는 20만2,785원으로 1년 전보다 35.3%나 늘었다. 근로소득세와 재산세, 자동차세 등이 포함된 경상조세가 2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 등 연금은 14만226원, 사회보험은 14만7,226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0.5%, 7.9% 늘었다. 연금과 사회보험 지출 역시 역대 최고다.
소득10분위별로 보면 1분위(하위 10%) 비소비지출은 22만4,049원으로 1년 전보다 17.1% 증가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6%에 달했다. 10분위(상위 10%) 비소비지출은 293만371원으로 29.2% 늘었지만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0%로 더 낮다. 이는 소득 하위층의 소비 여력이 더 작다는 의미다. 이처럼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이 급증할 경우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면서 내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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