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 27일 강원도 인제에 다녀왔습니다. 업계의 어느 분이 알려주시기 전까지 그 존재를 몰랐던(…) ‘2018 강원인제 모토스피드페스타’ 구경하러요. 대한모터사이클연맹 강원지부가 주최하고 인제군, 모토쿼드, 인제스피디움, 한국엔듀로연합회 등이 후원하는 이륜차 축제인데, 큰 기대는 없이 친구들과 박투어 겸 해서 다녀오자, 는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저희 일행은 양평→춘천→느락재·가락재→홍천 아홉사리로→내린천→인제스피디움 코스로 설렁설렁 달렸습니다. 그 와중에 아홉사리로에서는 이런 상호의 식당을 마주치기도 했다는요.
이번 투어는 씨티부터 두카티 스크램블러까지 다양한 바이크를 타는 친구들이 함께 했습니다. 대부분 인제 스피디움이 첫 방문인지라 도착하자마자 서킷을 내려다보며 감탄을 쏟아냈죠. 사실 인제 가는 길에 타이어 펑크, 슬립 등등 유난히 일이 많았는데 놀란 것도 잠시, 다들 “이번 투어 정말 에피소드 많다”며 얘깃거리 생겨서 신나는 모습들입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이날 서킷 체험을 미리 신청해뒀었습니다. 바이크로 서킷을 달리는 건 지난해 10월 BMW 모토라드 데이즈(후기 클릭) 이후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기대감이 컸던 건, 제 바이크로는 서킷 주행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가와사키를 통해 신청했던지라 저의 반짝반짝한(…마지막 세차 어언 1년 전…) W800을 데려갔습니다. 외모가 서킷에 좀 안 어울릴뿐 힘좋은 바이크니까요.
사실 저의 또 다른 바이크인 듀크390으로 달릴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건 비밀입니다. 비!밀!!
이번 서킷 주행은 인제 모토페스타에 참여한 모터사이클 브랜드별로 선착순 접수 받아 진행했습니다. 가와사키 몇 명, 두카티 몇 명, 이런 식인데 아래 사진처럼 적잖은 수가 접수에 성공했더군요. 100대는 돼 보였습니다.
브랜드별로 들어가면 시간이 엄청 걸리겠죠? 어차피 맛보기 주행이니까 한꺼번에 같이 들어가 줄서서(?) 달리는 식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바이크 수가 많기 때문에 추월은 금물, 엄격한 대열주행이 이뤄졌습니다. 아무래도 속도를 많이 내기도 힘듭니다. 직선 구간인 피트 근처(아래 사진)가 유일하게 속도를 내볼 수 있는 구간인데 순간적으로 시속 150㎞을 살짝 찍는 정도였습니다. 코너링 속도도 해봐야 시속 60㎞ 정도였구요.
어쨌든 그러다 보니 본격적인 서킷 주행을 기대했던 분들은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날 우연히 3년여 만에 마주친 국내 최대 바이크 카페의 셀렙 회원(!!!) 한 분은 농담 삼아 “서킷이 아니라 퇴근길인 줄!”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각 브랜드별로 선두에는 선수급의 로드가 포진해 참가자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대열 이탈은 없는지 쉴새 없이 확인하셨습니다. 날도 더운데 수트 갖춰입고 참가자들 챙기시느라 너무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서킷을 몇 바퀴 돌았더니 이미 정해진 30, 40분이 훅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렇게 W800으로의 서킷을 달려보고, 이제 뭘 하나~했는데 일행들이 KTM코리아의 짐카나 대회 출전을 이미 앞다퉈 신청했더군요. 저는 실력이 모자란 데다 무거운 W800으로는 도저히 각이 안 나올 각이라 구경만 했습니다. 점심 직후라 좀 졸리기도 했는데 웬걸. 대회 구경만으로도 점점 흥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잘 타는 분들이 마구 쏟아져나왔거든요.
이밖에도 이번 인제 모토페스타에선 내구레이스, 온로드 경기와 윌리킹 선발대회, 신차 시승과 각종 경품 추첨 등 이벤트가 다양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모터사이클쇼(두유바이크 참관기 클릭)에선 실망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물론 실내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쇼와 서킷에서 열리는 행사를 비교하긴 어렵지만 훨씬 프로그램이 풍성하고 재밌더군요.
저는 잠깐 구경하다 허스크바나의 비트필렌 시승이 진행 중이길래 냉큼 타봤습니다. 지난 3월 출시 행사에서 구경만 했는데 어떤 느낌일지 매우 궁금했거든요([두유바이크]<57회>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허스크바나의 온로드 바이크 클릭).
이날 1분 30초 정도의 짧은 시승이었지만 KTM 듀크390과 엔진을 공유하는 만큼 상당히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다만 듀크 390보다는 좀더 묵직한 감이 있었고, 보시다시피 핸들바가 낮아 포지션에서 큰 차이가 났습니다. 어쨌든 예쁘기는 무지막지하게 예쁘더군요. 참고로 시승용 바이크는 시트고를 840㎜으로 낮춰둔 녀석이었고 오리지널은 870㎜, 저에게는 너무 높은 시트고입니다.
이번 행사가 첫 회인데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해서 더 즐거웠던 걸지도 모르지만요. 내년에도 열리면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틀간 모토페스타를 찾은 인원수가 2,500명이라는데 내년엔 5,000명, 그 다음엔 만 명까지 쭉쭉 늘어나길 바래 봅니다.
다만 주최측에서 각 부스에 레이싱걸 분들을 배치하셨던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크면 충분한데 왜 짧은 치마를 입은 분들이 장식처럼 서 계셔야 하나요? F1도 지난 2월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레이싱걸(그리드걸)을 세우던 관행을 없앴다는 사실,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