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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당장 증시 견인 못해…소비재 관련주 관심둘만"

■자산운용사 CIO들이 본 북미회담 이후 증시전망

"증시 저평가 해소 계기 됐지만 추후 단계 지켜봐야" 신중

인프라·소비주 등 경협 속도 따라 주목할 업종 달라져

합나기 기업 실적·美 금리인상 이슈 살핀 후 투자해야





“북미 정상회담이 당장 증시를 끌어올리지는 못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추후 단계를 지켜봐야 한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의 평가는 신중했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부터 진행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는 이미 철도·항만·건설 등 경협주에 대거 반영된 가운데 추가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획기적인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CIO들은 하반기 기업 실적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을 두루 고려해 투자에 반영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 속도를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화해 분위기가 국내 증시에 대한 저평가가 해소되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최근 ‘통일펀드’를 출시한 이승준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상무는 “과거 독일 사례에서도 양측 합의가 이뤄진 후에 장기 랠리를 했지만 중간에 여러 번 부침이 있었다”며 “오랜 기간 유지된 적대관계가 마무리되고 북한이 개방경제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조정을 겪으며 우상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통일펀드를 운용하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역시 “국내 증시에 대한 저평가는 사라지겠지만 양측 간 경제협력이 당장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협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는 국면이기 때문에 대북관계 개선이 반드시 이뤄지기는 해야 한다”며 “남북경협이 단기간 재료가 아닌 중장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추후 주목해야 할 업종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 통일펀드를 내놓는 가운데 대부분 펀드는 ‘초기 인프라→음식료 등 소비주’로 유사한 전략을 취한다. 이는 테마 투자뿐 아니라 가치주 투자를 하는 운용사에서도 동의하는 전략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전략은 초기 북한의 낙후한 산업을 지원하는 인프라·에너지 등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소비재로 확산하는 순서를 밟을 것”이라며 “현재 건설·철도 등 인프라 쪽 종목은 이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소비재는 아직 주가 상승이 미미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소비재 관련 업종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채원 대표는 “건설 등 인프라 기업 중 저평가된 종목은 남북 이슈가 아니어도 투자 가치가 있다”며 펀드멘털에 입각한 종목을 선별할 것을 권했다.

북핵 문제라는 불확실성이 서서히 해소되면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이슈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자들은 기업 펀더멘털과 미국 금리 인상에 더 관심이 높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부사장은 “최근 정부 정책이 투명성, 주주우선정책, 스튜어드십 코드 등에 맞춰져 있어 향후 기업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기업 지배구조이슈가 정착되는 속도가 다소 더딜 수 있지만 방향이 그런 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채원 대표는 미국 금리 인상 이슈에도 주목했다. 그는 “미국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가 약세를 나타내는데 최근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9%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금리가 조금 더 오르면 가치주에 유리한 시장이 되는데 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허남권 대표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 전망은 아직 6개월이 남아 확실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대북 리스크에 경기 리스크가 겹쳐 정체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북관계 개선에 더해 경제 여건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또 금리를 올리면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갈 요인이 확실하다”며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기업 실적이 미리 갖춰져야 하고 대북관계 개선 속도도 지금보다 현저히 빨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지혜·권용민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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