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 추구와 연계해 조직과 제도를 재정비하고 경영목표도 재설정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26일 경기도 이천 SKMS(SK Management System)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 및 제도의 설계방향에 대해 하반기 CEO 세미나 때까지 준비하고 내년부터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조직과 제도의 재설계’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도의 보텍스, 스웨덴의 ABB, 일본의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거나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을 분리하는 등 새로운 조직설계를 도입해 ‘블루오션 시프트’를 이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오션 시프트는 눈앞의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가치에 집중하면 레드오션을 넘어선 블루오션이 열릴 수 있다는 경영전략으로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쓴 동명의 책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기존 시장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해 이전과 다른 가치를 창출할 때 만들어지는 시장으로 최 회장이 강조하는 ‘공유 인프라’ 등 사회적 가치창출론과 일맥상통한다.
최 회장은 특히 글로벌 경영에서도 신뢰받는 기업이 되려면 사회적 가치 추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SK그룹의 글로벌 사업이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 창출도 글로벌 사업의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사회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회적 가치를 적극 추구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하며 이 원칙은 글로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런 과정은 결국 고객의 신뢰를 높여 기업에 무한한 기회를 준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제적 가치에서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면 신뢰를 얻기가 용이하다”면서 “신뢰는 결국 행복이고 행복의 시그널은 신뢰인 만큼 우리가 움직이는 신뢰공간을 키우는 것은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은 경제적 가치 추진 중심의 기존 조직이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하는 한편 전담조직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 △사회적 가치 추진 과정에서의 장애요인 규명 및 해결방안 수립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추진 등 각 관계사가 처한 상황에 맞게 조직을 새롭게 설계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확대경영회의에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7개 분야 위원장, 16개 주력 계열사 CEO 등이 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까지 참석하지 않았던 계열사 전략담당 임원과 새로 SK그룹에 편입된 계열사 CEO 등이 함께해 규모가 더 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 계열사 CEO들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글로벌 성장’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관련한 각 기업의 추진상황과 전략 등을 발표했다. 특히 조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재의 경영여건이 10년 전의 금융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며 “SK그룹의 실적 역시 반도체를 제외하면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해 참석한 CEO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