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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인터뷰 ¦ 오카다 나오키 올림푸스한국 대표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100년 기술 기업

꾸준한 투자로 한국 의료 사업 확장한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올림푸스는 약 100년을 경쟁력 있게 버텨온 장수기업이다. 그 장구한 시간 동안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카메라, 의료기기, 산업내시경, 생물 현미경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2000년 설립된 올림푸스한국도 지난해 인천 송도에 의료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취임 3주년을 맞은 오카다 나오키 올림푸스한국 대표를 만나 올림푸스의 모노즈쿠리(일본의 장인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2015년 부임한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한국에서 큰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올림푸스한국 본사를 방문했다. 새로 지은 건물에 자리 잡은 사무실이 무척이나 깔끔했다. 바닥이나 벽에 전선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든 시스템 인프라가 깔끔하게 매립돼 있었다. 파티션 없이 널찍하게 배치한 책상에는 모니터와 노트북 도킹 스테이션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출근한 직원들이 원하는 좌석에 앉으면 그 곳이 일일 전용 책상이 되는 방식이었다. 업무 계획 등에 따라 그날그날 자리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원활한 업무가 가능한 형태였다.

올림푸스한국은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올림푸스의 한국법인이다. 2000년 설립돼 올해 18년째를 맞고 있다. 현재 올림푸스한국은 오카다 나오키 대표가 맡고 있다. 2015년 부임한 그는 한국에서 큰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대표 집무실에서 만난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지난해 본사를 이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원래 강남구 삼성동에 사옥이 있었는데, 그땐 직원 250명이 두 개 건물에 나눠져 근무를 했습니다. 게다가 부서별로 서로 다른 층을 사용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어려웠어요. 업무 편의성을 높이고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이곳 서초동으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해 매출액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림푸스한국은 의료, 영상(카메라), 사이언스솔루션(생물현미경과 산업현미경, 산업내시경) 3가지 사업부로 나눠져 있다. 매출의 80%는 의료 사업부에서 나오고 있다. 올림푸스가 의료 사업부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는 건 좀 재미난 사실이다. 오카다 나오키 대표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올림푸스 역사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올림푸스는 1919년 현미경 제조업체로 출범한 회사다. 여기서 얻은 렌즈 기술을 토대로 1930년대 카메라 사업을 시작했다. 의료 사업은 1950년부터 시작했다.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던 도쿄의 한 의사가 환자의 위(胃) 내부를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사업의 발단이 됐다. 이후 올림푸스는 이 의사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위 카메라를 상용화했다. 올림푸스는 위 카메라를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등으로 발전시켜나갔다. 현재 올림푸스는 전 세계 소화기내시경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 ‘올림푸스한국 의료 트레이닝 센터(KTEC, Olympus Korea Training & Education Center)’를 설립했다. 송도 첨단 산업클러스터 내 5,056.5㎡(약 1,530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했다. 의료 트레이닝 센터는 올림푸스가 만든 의료기기의 조작방법을 훈련하고, 최신 수술 방법을 교육하거나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종합 의료기술 교류센터다. 교육·시연 모습을 초고화질 영상으로 촬영해 실시간으로 내부 대강당이나 외부로 전송할 수도 있다. 해외에 있는 올림푸스의 다른 의료 트레이닝센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정보를 상호 전송해 유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말한다. “의료계에서 복강경과 에너지 디바이스(초음파나 전기 등을 이용해 인체 조직을 절개·봉합 할 수 있는 수술 도구) 사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모두 올림푸스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입니다. 올림푸스한국은 이런 첨단 수술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 의료진들에게 훈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었어요. 370억 원을 투자해 설립했으니 매출에 비해 꽤 큰 투자였죠. 하지만 수준 높은 의료 기술을 가진 한국 의료진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값진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면 더 좋은 기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사 이전이나 의료 트레이닝 센터를 만드는 일은 모두 큰 예산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도쿄 본사로 직접 날아가 경영 집행위원회와 이사회에서 투자 승인을 받았다. 앞서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에 비해 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한국 인구 고령화에 있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올림푸스가 만든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암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암을 미리 발견하고 진단하기 위해 내시경이 사용되고 있고 복강경 외과 수술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한국에 대형 병원이 많다는 점도 대규모 투자 이유로 꼽았다. “한국 대형 병원은 규모 가 무척 큽니다. 일본이나 중국보다 크죠. 병원이 크다는 건 많은 환자들이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건 최첨단 장비에 대한 병원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또한 복강경 수술이 최근에 생긴 트렌드임에도 많은 한국 의료진들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 의료진들은 내시경이나 복강경을 이용한 새로운 수술 방법을 개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의 내시경 의료기술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은 올림푸스 입장에서도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올림푸스한국 본사.


올림푸스는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이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경쟁 업체가 생기고 사라져 갔다. 그렇다면 올림푸스는 어떻게 그 장구한 시간 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자신이 올림푸스에 입사한 지 40년 가까이 됐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해주었다. “제가 입사했을 때나 지금이나 올림푸스의 제품군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푸스는 광학기술을 이용하지만, 서로 다른 용도를 지닌 제품을 만들어 시너지를 내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또 하나, 올림푸스는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독특한 제조문화)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올림푸스 매출액은 7,500억 엔 정도인데, 그 중 10% 정도인 730억 엔을 R&D에 투자하고 있어요. 특허를 2만 건이나 보유하고 있죠. 무엇보다 1950년 이후 의료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키운 것이 올림푸스에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진의 평가를 듣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 개발을 꾸준히 해온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죠.”

의료 사업 초기, 올림푸스는 내시경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했다. 올림푸스는 광학기술에 기반한 내시경으로 암을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에너지 디바이스 기술을 확보하는데 많은 고심을 했다. 그러다 결국 10년 전, 2,000억 엔이 넘는 금액에 자이러스라는 회사를 인수해 에너지 디바이스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일본은 광학 선진국이다. 캐논이나 니콘 같은 쟁쟁한 회사들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대개 이들과 올림푸스를 경쟁 관계로 보곤 한다. 그러나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조금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같은 광학기업이지만 주력 사업이 크게 겹치진 않아요. 캐논은 도시바메디칼(도시바의 의료 자회사)을 인수했지만, 광학기술 기반 의료기기 제품을 만들지는 않죠. 주로 X선이나 CT, MRI, 초음파 같은 진단장비를 생산합니다. 니콘은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개발하고 있어 올림푸스의 사이언스솔루션 사업부와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나 의료분야에선 겹치는 제품군이 없습니다. 두 회사 모두 올림푸스가 큰 돈을 벌고 있는 의료사업에선 경쟁자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올림푸스는 엄연히 카메라를 만드는 기업이다. 그러나 올림푸스 입장에선 경쟁이 심하고 큰 돈을 벌지 못하는 분야이다.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말한다.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랑하는 고객이 있는 한 지속해서 카메라를 만들 겁니다. 그게 올림푸스 본사의 방침이죠.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에서 개발한 광학기술이나 회로설계 등은 내시경, 현미경 제품에도 응용되기 때문에 존재 의미가 있습니다. 직접 비교를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휴대폰 카메라로는 실현할 수 없는 사진을 올림푸스 카메라로는 촬영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사랑하는 카메라 팬들이 있는 이상, 올림푸스는 시장이 축소돼도 계속해서 카메라를 개발할 겁니다.”

올림푸스한국은 지금도 지속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사업 규모를 넓히고 있다. 오카다 나오키 대표 취임 이후엔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래서 불쑥 한국에 부임한 지 3년 3개월 된 오카다 나오키 대표에게 임기가 정해져 있는지 질문을 던져봤다. “아니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올림푸스는 2016년에 5개년 경영계획을 세웠습니다. 올림푸스한국도 그 목표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로드맵을 세워놓고 있죠. 투자 전략과 매출 목표 등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과제 또한 그것을 완성해내는 것이죠. 지금 딱 중간 지점을 지났어요. 저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 임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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